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KBS새노조 성재호 본부장.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과 KBS본부(KBS새노조, 본부장 성재호)가 16일 길환영 KBS 전 사장과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현 국회의원)을 방송법상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노조와 KBS새노조는 이날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과 공모해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의 책임을 끝까지 묻고 진상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 제4조 2항에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길 전 사장과 이 의원이 KBS 방송 편성에 개입한 정황이 최근 한 재판에서 드러났다.
이들의 보도개입은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교했다가 사퇴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자신의 징계에 대한 부당성을 다투기 위한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비망록’을 통해 밝혀졌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에 2013년 1월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지시와 뉴스배치 과정을 담은 일지를 모아 표로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는 제작진이 작성한 9시 뉴스 가편집안(큐시트) 내용과 길 전 사장의 지시로 수정된 편집안으로 구분돼 있다.
해당 비망록에는 길 전 사장이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뉴스의 톱뉴스 배제를 지시하고, 국정원 댓글 작업 조작 관련 뉴스의 삭제를 요구한 사실 등이 기록돼 있다.
이에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김 전 사장의 행위에 대해 지난달 29일 “KBS의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며 “길환영은 9시 뉴스에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내용이 방영될 수 있도록 수시로 지시·개입함으로써 피고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정현 의원(새누리당) 역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 재직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 관련 뉴스 순서에 대해 지적하는 등 사장 임명권자인 청와대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뉴스 편성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비망록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 아아이템을 ‘뉴스9’ 마지막 순서인 16번째로 편집하자, “맨 마지막에 편집한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였다.
언론노조와 KBS새노조는 “이러한 주문과 항의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소송은 단순한 이슈 파이팅이 아니”라면서 “어떤 누구도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방송 독립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법 조항에 따라 개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분명히 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될 정부가 어떻게 앞장서서 언론 자유를 유린하고 방송 독립성을 해쳐나갔는지 전모를 밝히는 데 모든 힘을 다 쏟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