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부상당한 고라니를 도로가로 유인하는 장면(사진=부산 사하경찰서 제공)
16일 오전 11시 50분쯤,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일대를 도보 순찰 중이던 사하경찰서 하단지구대 소속 김주형(33) 경장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차가 쌩쌩 달리고 있던 하단1동 주민세터 인근 왕복 6차로에서 트럭에 부딪혀 다리가 부러진 것으로 보이는 1.3m 길이의 고라니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큰 트럭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자칫 고라니로 인한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상황.
김 경장은 곧바로 119 구조대에 출동을 요청했지만, 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곧바로 차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119 구조대원이 오기까지 10여분 동안 김 경장은 동료 경찰과 함께 고라니를 도로가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고라니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김 경장은 맨몸으로 침착하게 고라니를 인근 주택가로 몰았다.
김 경장은 "유인하는 과정에서 고라니가 다리부상으로 인해 주저 앉았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했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안타까웠다"며 "다친 고라니로 인한 2차 대형사고가 벌어질까봐 119를 기다리기 전에 구조활동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119 구조대가 함께 부상당한 고라니를 구조하는 모습(사진=부산 사하경찰서 제공)
고라니는 잠시 후 도착한 119에 의해 하단동 주택가에서 구조됐고, 현재 동물구호단체에 인계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동물 구호 단체에서 치료가 끝나면, 고라니를 방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