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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임은정 검사는 왜 '검사적격심사제' 강화를 문제삼나?

정치 일반

    [Why뉴스] 임은정 검사는 왜 '검사적격심사제' 강화를 문제삼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연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론분열은 국가보훈처가 조장하고 있는 듯하다. 제창은 참석자들을 강제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게 아니고 다함께부르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내부에서는 '검사적격심사제'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시국사건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무죄구형을 해 징계를 받았던 임은정 검사가 페이스북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임은정 검사는 왜 '검사 적격심사제' 강화를 문제삼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페이지)

     

    ▶ '검사적격심사제'가 뭐냐?

    = 검찰청법 39조에 규정된 것인데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검사적격심사제는 평생검사제 도입으로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업무 실적이 좋지 않고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검사를 중간에 퇴출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다.

    판사들은 1988년부터 10년마다 법관재임용 심사를 받지만 검사들은 적격심사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2003년 16대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없애고 검사직급을 검사, 검사장, 고등검사장, 검찰총장 4단계에서 검찰총장과 검사로 단순화하면서 평생검사제를 도입했고 이와함께 검사적격심사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거냐?

    = 현행 검찰청법에는 7년마다 적격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무부가 이를 5년으로 단축하겠다며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나 일선 검찰청에서는 검사수가 늘어나면서 부적격 검사가 적지 않은데 현행 제도로는 중간에 퇴출시킬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검사적격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검사 비리 사건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 2010년 그랜저 검사 ▲ 2011년 벤츠 여검사 ▲ 2012년 9억원대 뇌물 특수부장검사 ▲ 2012년 피의자와 성관계 검사 ▲ 2014년 해결사 검사 등을 예로 들었다. 앞으로는 근무성적이 퇴출사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근무 성적이 불량하거나 품위 유지가 곤란한 경우,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금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한다"고 규정돼 있다.

    ▶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근무성적이 나쁘거나 검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퇴출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지만 검사는 특별히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고 인신구속을 하기 때문에 적격심사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사들 중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들을 솎아내야 하는데 규정이 너무 엄격하다. 처음에는 정치권에서 이 제도를 악용해 공격할까봐 요건을 엄격하게 했는데 지금은 그 때문에 능력이 떨어지거나 농땡이 부리는 검사들을 퇴출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격심사를 5년마다하자 요건을 완화하자는 논의를 내부적으로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검사들이나 중간간부들도 "솔직히 자질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있는 검사들이 있어도 그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가려낼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사진=자료사진)

     

    ▶ 혹시 이 적격심사로 검사직에서 퇴출된 검사가 있나?

    = 2004년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는데 지난해 11년만에 처음으로 1명이 적격심사를 통해 A검사가 퇴출됐다. 검사 적격심사위원회는 "A검사가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검사는 퇴직명령에 불복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퇴직명령처분 취소소송을 내 공판이 진행중인데 법무부가 증거제출을 기피하거나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선고가 다음달 있을 예정인데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사의 임명과 퇴직은 대통령의 명령으로 해야 하는데 퇴직명령 공문서가 대통령 명의가 아니라 인사혁신처장 명의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검사에 대한 퇴출이 근무성적 평정이나 자질 때문이 아니라 '무죄구형'으로 잘 알려진 임은정 검사가 검찰게시판에 올린 글에 지지하는 댓글을 달거나 검찰의 입장과 다른 글을 올린걸 문제삼았기 때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A검사는 재직 중 검찰총장 표창과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근무평정에서도 그렇게 나쁜 성적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은정 검사 (사진=자료사진)

     

    ▶ 임은정 검사는 왜 '검사적격심사제' 강화를 문제삼는 거냐?

    = 임은정 검사도 "검사적격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법무부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임 검사도 "자질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있는 검사를 걸러내겠다는 건 필요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법무부가 검사적격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게 검사들을 길들이겠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임 검사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현재와 같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리고, 정치권 또는 극히 일부의 고위직 전관의 영향력이 사건에 미치는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외압을 내압으로 전환시키는 상급자의 평정에 검사의 신분보장이 좌우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고 법조비리가 과연 척결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현재의 법무부를 믿을 수 있다면, 법무부의 검사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더욱 강화시켜도 되겠지만, 현재의 법무부를 믿을 수 없다면, 법무부에 더욱 강한 권한을 주어서는 아니되겠지요"라면서 "법과 원칙을 따를 것인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상사의 명을 따를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설 검사들이 법과 원칙을 따를 수 있도록 검사들의 용기를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 문제삼는 이유가 제도가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냐?

    = 그렇다. 어떤 제도이건 만들어 질 때는 선의로 만들어진다. 검사적격심사제도 평생검사제를 도입해 신분을 보장하면서 자질이 부족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검사들을 퇴출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검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권력자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 심지어 현직 검찰총장까지도 쫓아내는데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성적만으로도 퇴출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법에서는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이 다시 등장하게 되고 상급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 전관예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근무평정권을 가진 상급자가 전관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검사에게 지시를 했는데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게 될 것이고, 청와대나 권력자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도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2003년 16대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개정할 때 국회법사위의 제안사유를 보면 "검사동일체 의 원칙을 삭제하는 대신에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하며, 검찰인사가 보다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하고" 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임은정 검사도 적격심사대상이 돼서 퇴출 될 뻔했지 않았나?

    = 그렇다. 검사들은 누구나 7년, 14년, 21년, 28년이 되면 적격심사를 받는다. 적격심사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정이 내려지면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라 특별사무감사를 받게 되고 적격심사위원회에서 퇴출여부가 결정된다.

    임 검사는 지난해 14년차로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라 지난 7년간의 근무성적에 대해 특별사무감사를 받았지만 법무부 적격심사위원회에서 임 검사를 퇴출시킬 만한 결정적 사유를 찾지 못하면서 심사를 통과했다.

    임 검사는 2007년 '공판업무 유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법무부 '우수 여성 검사'로 선정됐지만 심층적격심사 대상이 된 이유는 근무평정보다는 윗선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다. '무죄구형'이 문제가 됐고 지난해 5월에는 휴가를 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직접 찾아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냈던 게 주요 원인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 동기들은 이미 부장검사가 됐고 후배기수들이 부부장검사가 됐지만 임 검사는 여전히 평검사다.

    국회 (사진=자료사진)

     

    ▶ 검찰청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나?

    =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폐기수순으로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16일 국회법사위 제1소위가 열렸는데 검찰청법 개정안은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법사위 소속 한 야당의원은 "제1소위가 열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검사적격심사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은 폐기수순으로 들어갔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야당의원도 "검사적격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부분은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원입법이 아니라 정부입법으로 제출된 만큼 다시 제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법의 개정여부에 관계없이 이제는 근무평정을 위해 문설로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선 검사장은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거나 검사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검사에 대해서는 공문이나 문서로 자료를 축적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검사들에 대한 적격심사나 근무평정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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