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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파행…'미운 오리 새끼'가 된 세월호 추모관

사건/사고

    방치·파행…'미운 오리 새끼'가 된 세월호 추모관

    "어버이날에도 추모관 문 닫혀 유가족 상처 받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안에 위치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지난달 16일 개관했지만, 추모관 입구에는 정리되지 않은 집기들이 쌓여있다. (변이철 기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문을 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파행 운영되면서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인천시가 개관 한 달이 넘도록 아직 추모관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운영 주체 정해지지 않아 상주 인력 한 명도 없어

    어버이날인 지난달 8일,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인천가족공원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천가족공원 안에 건립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추모관에는 세월호 참사로 고인이 된 부모님들의 영정과 봉안함이 안치돼 있었지만, 유가족들은 조문조차 할 수 없었다.

    유가족 A(42, 남)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 나 추모관을 찾았는데 문이 잠겨 있어 아주 섭섭했다“면서 ”그날 추모관을 찾은 다른 유가족들도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추모관을 찾은 18일 오전에도 추모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유리문을 통해 들여다 본 추모관 내부도 불이 꺼진 채 썰렁한 분위기였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은 세월호 참사 2주기인 지난달 16일 개관했다.

    추모관 개관식을 겸해 열린 추모행사에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 임현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지역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기자가 추모관을 찾은 18일 오전에도 추모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 유가족이 직접 추모관 문 여는 어이없는 상황 연출

    국비 30억 원이 투입돼 지상 2층, 연면적 504㎡ 규모로 세워진 추모관에는 일반인 희생자 45명 가운데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됐다.

    또 추모관 안에 마련된 전시실에는 일반인 방문객들을 위해 세월호 축소 모형과 전자방명록, 세월호 내부 CCTV 영상, 세월호 승객 구조영상 등 관련 기록물을 갖췄다.

    하지만, 개관일 다음날부터 추모관은 파행 운영됐다. 추모관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상주 인력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모관의 문이 열리지 않아 일반 조문객들은 물론 유가족조차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참다 못한 유가족 대책위원회 간부들이 나와 직접 추모관의 문을 여는 어이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지난 11일에는 인천YWCA에 있던 대책위 사무실도 추모관 안으로 옮겼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가족의 봉안함이 안치된 추모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가족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평일에는 대책위 간부들이 추모관을 지키고 있지만, 주말에는 관리할 사람이 없어 추모관이 아예 닫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 꺼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내 전시실

     

    ◇ "국가 건물 아니어서 지원 어렵다" vs "무책임 행정"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은 추모기념관의 운영과 관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대형 재난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설립되는 ‘4·16재단’이 맡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4·16재단’ 설립 문제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또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인천시도 추모관 운영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먼저 해수부는 “추모관 운영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인천시는 최근 “임시로 추모관 운영을 맡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영 비용은 반드시 국비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 1억5000만 원 정도로 예상되는 추모관 운영비를 인천시 예산으로 충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세월호 추모사업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은 국립묘지나 국립 현충원처럼 국가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 인력이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에 국비를 지원하는 문제도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추모관이 파행 운영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 부처와 협의해 5월 안에는 운영 주체를 명확히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운영 주체는 추모관 개관 이전에 당연히 정리가 됐어야 했다”면서 “장관과 시장이 추모관 개관식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정작 추모관 운영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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