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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게놈 합성…'프랑켄슈타인' 개발 전주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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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게놈 합성…'프랑켄슈타인' 개발 전주곡 우려

    • 2016-05-19 07:50

    현재는 세균 유전체 합성 수준…"10년 내 현실화 가능성"고품질 의약품 생산 등 의학 혁명 기대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왼쪽)와 방두희 연세대 화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람의 유전체(게놈)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공 게놈'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며 전세계가 기대와 우려 속에 주목하고 있다.

    유전체는 인간 등 생명체의 번식과 보존에 필요한 유전정보로 '생명 신비의 암호' 같은 존재다. 이를 플라스틱 만들듯 인공으로 합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람 몸에 딱 맞는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는 등 의약학에 큰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부터 원숭이 게놈과 인간 게놈을 섞어 '초유의 괴물'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는 이에 김지현 농림축산식품부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장(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과 방두희 연세대 화학과 교수 등 국내 주요 유전체학 전문가들을 만나 인공게놈 기술의 기대 효과와 언제쯤 실현 가능한지를 들어봤다.

    김지현 단장은 사람 유전체 일부를 합성하는데 성공하는 것만으로도 제약산업에서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 단장은 "1970년대부터 대장균에 사람 인슐린 유전자를 넣어서 인슐린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인슐린은 실제 인슐린보다 혈당 조절 효과가 떨어진다. 이는 대장균에는 인슐린 단백질에 여러 당을 붙이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라며 "만일 효모나 쥐 등 다른 세포에 사람의 유전회로나 염색체를 합성해서 넣게 되면 사람의 인슐린처럼 당이 붙어있는 인슐린을 만들 수 있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두희 교수도 '인간게놈'을 만드는데 쓰이는 합성생물학이 "앞으로 의학과 생명산업, 농업 분야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3년에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식물이 만드는 말라리아 특효약인 아르테미시닌을 효모에서 생산하는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하버드대 교수들의 구상처럼 10년 내에 인간 유전체 전체를 합성하는 것이 가능할까. 김 교수는 "10년 안에는 사람 유전체에서 유전자가 몰려 있는 일부 부분을 합성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은데, 전체가 아닌 만큼 이를 진정한 의미의 '합성 인간게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술로는 사람의 유전체 전체를 합성하기 어렵다"며 "30억 염기쌍은 결코 적은 개수가 아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반복서열이다. 염기쌍을 모두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것과 염기쌍의 서열을 읽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방두희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인간 게놈을 합성하기 어렵다"면서도 "기술의 진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이른 시일 안에 '합성 인간게놈'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의 유전체 전체를 합성해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번에 하버드대에서 열린 회의가 일부 과학자에게만 초청장을 보내는 등 폐쇄적으로 진행돼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며 학계 내부의 반발도 컸다.

    방 교수는 "이 분야의 연구는 주로 인간 유전체를 합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인간 유전체 DNA를 합성하는 것과 생명체를 합성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크리스퍼 등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달로 생명체의 DNA 편집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어, 생명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체 교정과 합성에 관한 윤리 문제를 논의할 장이 적절히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0년 안에 사람과 비슷한 동물, 예를 들면 원숭이 유전체의 모든 유전자를 사람의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만일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생물이 나오면 윤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라며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은 다르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전체 합성기술은 효모의 염색체를 합성하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 2010년 한 세균의 DNA를 모두 화학적으로 합성해 '합성세균'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핵을 가지고 있는 생물인 효모의 염색체 하나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2007년부터는 효모의 유전체를 모두 합성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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