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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채식주의자' 왜 1분에 10권씩 팔리나?"

정치 일반

    [Why뉴스] "'채식주의자' 왜 1분에 10권씩 팔리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소설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작가 '한강'씨와 '채식주의자', 그리고 '맨부커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미했던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1분에 10권'이 팔릴 정도로 판매량이 수십배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 한강의 '채식주의자' 왜 1분에 10권씩 팔리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사진=황진환 기자)

     

    ▶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 정말로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1분에 10권이 팔린다는 건 한시간에 600권 하루 24시간 중 12시간 정도 거래가 된다면 7000권 이상이 팔리는 셈이다.

    온라인 1위 서점인 예스24는 <채식주의자>가 경이로운 판매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17일1분에 약 9.6권씩 팔려 15년 내 가장 빠르게 팔린 책이 됐다고 밝혔다.

    알라딘에서는 수상 소식이 집중적으로 보도된 오전 9~11시 사이에는 1분에 7권씩 판매되는 등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15년간 가장 빠르게 팔린 도서인 2012년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의 1분당 판매권수가 9.4권이었다.

    오프라인 서점에도 '채식주의자'가 엄청난 속도로 팔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지난 17일 재고물량이 모두 소진돼 구매자들이 예약주문을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재고물량 800권이 소진됐고 예약주문까지 모두 4500권(17일 18시까지 집계)이 팔렸다"고 말했다. 18일일에는 (오후 6시까지) 온.오프라인 매장을 합해 1만 908권이 판매됐다.

    (자료=예스24 제공)

     

    ▶ 상을 받은 뒤에 판매량이 급증한 거냐?

    = 그렇다. 온라인 1위 서점인 예스24에서 판매된 채식자주의자를 집계해보니 2010년 510권을 기록했지만 2011년 296권으로 줄었고, 2012년 210권, 2013년 185권, 2014년 204권, 2015년 216권으로 연간 200권 안팎으로 팔렸다.

    그런데 맨부커상 1차 후보작에 오른(롱리스트라고 함) 3월 10일부터 4월 13일까지 2022권이 팔렸고 2차 후보작으로 선정된(숏리스트라고 함) 4월 14일부터 5월 16일까지는 3614권이 팔렸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17일 하루에만 1만239권이 팔렸고 18일 오후6시까지 9497권이 팔렸다.

    (자료=인터파크 제공)

     

    인터파크에서는 책이 처음 출간된 2007년 6권이 팔린 것을 시작으로 2008년 2권, 2009년 5건으로 아주 미미한 수준을 보이다, 2010년 201권, 2011년 115건, 2012년 97권, 2013년 85권, 2014년 102권, 2015년에는 품절이 되면서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맨부커상 후보작으로 오른 2016년 4월 이후 1만권이 판매됐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기전까지는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도서였다"며,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후 판매량이 증가했고, 17일과 18일 사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 참고로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는 달리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상작 후보를 미리 발표한다. 영어권 출판회사들의 추천을 받은 소설작품이 후보작이 되는데 올해는 155작품이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기 두 달 전(롱리스트로 부름) 첫 번째 후보작 13작품을 뽑게 되고, 다시 한 달 뒤에 롱 리스트 후보 중에서 6작품을 다시 압축해 숏 리스트를 뽑는다, 그리고 이 6작품을 한 달 동안 시내 서점에 특별 매대를 마련해 후보작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함께 체크한다.

    ▶ 이 정도 판매속도라면 앞으로 몇 권이나 팔리게 될까?

    = 출판사에서는 50만부 정도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채식주의자를 출간한 창작과 비평사 관계자는 "채식주의자가 수상작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6만 5천권 정도를 인쇄했는데 앞으로 30만부에서 50만부 정도를 추가 인쇄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 정도의 판매량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맨부커상 수상작들은 기존의 예를 보면, 수상 직후에 판매량이 10배에서 100배까지 오르는 예도 있고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있는 시민 (사진=황진환 기자)

     

    ▶ '채식주의자' 책이 이렇게 많이 팔리는 이유는 뭔가?

    = 첫 번째는 세계3대문학상을 받았다는 유명세 덕분이다. 이런 경향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씨가 우승한 뒤 실황음반이 판매량 1위에 오르면서 수만장이 팔려나갔다. 골프에서도 박세리 선수가 우승한 뒤 세리키즈가 등장했고 바둑의 이세돌 9단의 알파고 와의 대국 이후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메디치 출판사의 김현종 대표는 "정통소설이 초유의 상을 받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것 같다"면서 "이렇게 책이 화제가 되어야 출판업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한국문학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으로 한국문학은 침체기를 맞고 있었다. 그런데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세 번째는 새로운 한국문학의 대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크로스 출판사의 강태영 편집자는 "한강 작가의 등장은 늘기다려왔던 공지영 작가나 신경숙 작가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혹시 '채식주의자'에 대한 쏠림으로 그치지는 않을까?

    = 그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쏠림 현상만 보이다 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온오프라인 서점가에는 한강 작가의 다른 출판물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13권의 출판물이 있는데 판매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교보문고 집계 결과, 외국어 번역본을 포함해 한강의 책 21종은 18일 오후 6시 현재 1만 3450권이 팔렸다. 수상 하루 전날인 16일 282권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17일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 동안 7316권이 팔렸으니까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스24에서 판매된 한강 작가의 책은 5월 16일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274권이었지만 17일에는 1만 1852권, 18일 18시까지 1만 1151권이 팔렸다.

    특히 한국문학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채식주의자'를 제외하고도 한국소설이 5배 가량 더 팔렸다"면서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침체된 국내 문학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학평론가 겸 소설가인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는 "지금은 '한강에의 쏠림'이 어쩔 수 없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부정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신경숙 표절로 침체된 한국문학이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강 소설'에 대한 쏠림현상을 넘어 한국문학이 다시 사랑받기를 바란다. 다른 소설가들 작품도 더욱 사랑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강(왼쪽)과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 (사진=교보문고 제공)

     

    ▶ 한강 작가가 갑자기 튀어나온 작가는 아니지 않나?

    = 그렇다. 한강 작가는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로 등단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년 이상 작품활동을 해왔고 서울예술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리고 문학가 집안이다. 가난한 소설가 집안이었지만 아이들 발에 채이는 게 책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한승원씨는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추사 등을 쓴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한강의 오빠, 한동림도 소설과 동화를 쓰는 문인이며, 한강의 남동생 또한 최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작가다. 남편 홍용희씨는 문학평론가로 활동이다.

    한강의 작품 중 더 주목받는 건 여섯번째 장편소설은 <소년이 온다="">이다. 1980년 5월 광주 때 죽거나 겪어낸 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5·18 당시 도청 상무관이 주무대이다. 이곳에서 시신 관리를 돕는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는 동호의 친구 정대, 동생 뒷바라지를 하다 그 봄 행방불명된 정대의 누나 정미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강은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강은 25일 신작 소설을 '흰'을 내놓는다.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는 총 65개의 이야기가 실렸다.

    (사진=황진환 기자)

     

    ▶ 번역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데?

    = 그렇다. 한강의 이번 맨부커상 수상을 '번역의 승리'라고 말한다. 그만큼 번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강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데버러 스미스의 탁월한 번역을 꼽는다. 2007년 국내 출간된 이 작품이 뒤늦게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의 높은 미학적 성취가 데버라 스미스라는 걸출한 번역가와 비로소 만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보이드 턴킨 맨부커상 심사위원장도 "데버러 스미스의 놀라운 번역에 의해 이 기묘하고 빛나는 작품이 영어로 제 목소리를 완벽하게 찾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문학 번역의 실패는 한국어에 너무 충실하게 번역해 외국어가 매끄럽지 않거나 외국어 독자들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한국어와 한국문학 고유의 특징을 소거해버리는 경우로 크게 나뉜다.

    그동안 한국문학 번역은 한국인 외국어 전공자가 주로 맡아 외국어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번역했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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