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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 시기에 해서"…관행이 부른 18일간의 '치안공백'

사건/사고

    "하필 그 시기에 해서"…관행이 부른 18일간의 '치안공백'

    • 2016-05-22 06:00
    안산 토막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10일 범인 조성호(30)가 상반신 시신을 유기한 경기도 안산시 방아머리선착장 인근에서 범행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11일 수사본부가 차려진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21명의 경찰관을 타 지방경찰청으로 떠나 보냈다.

    하지만 지난 17일까지 충원된 인원은 고작 5명, 중대한 사건을 수사했던 일주일 동안 16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단원서와 공조수사를 벌여 온 시흥서도 같은 기간 29명이 나가고 6명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23명의 빈자리가 생긴 것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같은 대량 결원 사태는 경찰청이 지난 11일자로 고충해소를 위한 지방청간 교류인사를 단행하면서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오는 30일 임용되는 신규 경찰관들을 배치할 방침이어서 18일 동안'치안공백'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교류인사는 근무지와 환경 등 근무조건이 맞지 않는 경찰관들의 애로를 해소해주기 위한 조치로, 치안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일대일 맞교류가 원칙이다.

    하지만 강신명 청장 부임이후 직원들의 만성 고충 해소 차원에서 이 원칙이 느슨해져, 지역 간 전입·전출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올해 서울지방경찰청의 경우는 335명이 빠져나간 반면 전입은 103명에 불과해 232명의 결원이 생겼다. 경기도 역시 올해 213명이 더 빠져나갔다.

    신임 순경이 배치되는 30일까지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445명의 인원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일선 경찰서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인원이 빠져나간 만큼 안 채워지면 다음 정기인사 때까지 공백은 불가피하다"며 "경찰관들의 업무가 가중된다. 특히 순찰업무를 해야 하는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들은 더욱 힘들어 진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충인사는 매년 이 시기(5월)에 해 왔고, 그 때에 맞춰서 신임 순경이 배출돼 최대한 시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충인사 시기를) 늦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년 이 시기에 해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휘장 (사진=자료사진)

     

    ◇ "일할만 하면 떠나고…", '초짜' 순경만 넘쳐나는 격무 경찰서

    무분별한 고충인사로 인한 문제는 또 있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경찰서로의 발령을 꺼리면서 격무지 경찰서들은 늘 많은 인원이 빠져나가는 반면 부족한 인원은 항상 초임 경찰관들로 채워지다보니 '초짜' 순경들만 넘쳐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는 전출 인원의 대부분이 현장 근무능력을 갖춘 경장(166명)과 경사(111명)급 경찰들이 대부분이었다.

    동시에 지난해 경기도내 일선 경찰서에 배치된 신임 순경은 대표적인 격무 경찰서인 시흥(51명)과 안산단원(50명)에 집중됐다.

    한 격무지 경찰서 관계자는 "좀 가르쳐서 일을 좀 할 만하면 빠져나가 버리니까, 신입이 와도 그리 반갑거나 애정이 안간다"며 "이런 지역은 직원들이 보다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사 기간에 따라 치안 및 업무공백이 생긴다면 공백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격무지 기피현상은 적정선의 인센티브와 인사, 보직관리 등의 혜택 부여를 검토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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