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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비단원숭이' 밀반입자 검거 일등공신은 고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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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 '비단원숭이' 밀반입자 검거 일등공신은 고교생

    • 2016-05-23 07:52

    "인간 욕심 탓에 밀반입 과정서 죽어간 동물들 안타까워"

    고교생 A군이 이번에 암거래 현장에서 경찰에 압수된 '비단원숭이'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밀반입되면서 죽어가는 동물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꼭 고발하고 싶었죠."

    최근 화제가 된 국제 멸종위기종인 '비단원숭이'(커먼 마모셋·학명 Callithrix jacchus) 밀반입사건 범인 검거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고교생이었다.

    경기도 고양시내 한 고교에 재학중인 A군은 지난해 우연히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규모가 꽤 큰 동물 분양업체를 알게 됐다. 마치 '미니 동물원'을 떠올리게 하는 그곳에서 A군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우선 다른 샵과 비교해 월등히 동물이 다양하고 수도 많았다. 이 때문에 악취도 나고 생육환경 역시 좋지 않아 보였다.

    결정적으로 한쪽에 조류 알 부화기까지 있는 것을 보고는 밀반입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A군은 중학생 때부터 코뉴어 앵무새 두 마리를 분양해 함께 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동물 분양업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드나들며 관련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그런 A군의 눈에 이곳은 문제가 있는 곳이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곳 관계자가 운영하는 비공개 블로그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A군은 해당 블로그에 올라온 멸종위기 1·2급 동물들의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준 뒤 블로그 운영자에게 자신도 쪽지를 보내봤는데 돈만 있으면 구해줄 것처럼 했다며 암거래가 의심됐다고 했다.

    "이건 긴팔원숭이 새끼에요. (멸종위기) 1급이죠. 이건 블러드파이톤이라는 뱀이에요. 2급이죠.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런 뱀은 스타킹에 숨겨서 들여온다던데요."

    준전문가 수준의 A군은 그러면서 "공부는 못하는데, 동물 관련 내용은 한번 보면 그냥 머릿속에 들어온다"면서 겸연쩍어했다.

    이렇게 혼자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A군은 국내 한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했다. 비단원숭이 밀반입자 검거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경찰은 지난 12일 태국에서 밀반입한 비단원숭이 새끼 2마리를 국내에서 암거래하려 한 혐의(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블로그 운영자 B(41)씨를 검거했다.

    A군의 제보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밀반입 정황이 있는 분양업체 몇 곳을 관련 기관에 제보했다.

    A군은 "동물을 몰래 들여오려면 억지로 상자에 욱여넣어 폐사하는 경우도 많고, 밀반입 동물은 병에 걸려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서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죄 없는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A군은 제보자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심 없는 어른들의 책임의식을 꼭 묻고 싶다며 23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과 영상에도 관심이 많은 A군은 장래에 희귀동물 밀거래 문제 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어 나쁜 어른들을 꼭 고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불법 거래하거나 사육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거래가 허가된 멸종위기 2급의 앵무새나 파충류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양도·양수 신고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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