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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프로파일러 "조현병도 체계적 범행은 가능"

사회 일반

    강남역 프로파일러 "조현병도 체계적 범행은 가능"

    -중학생때부터 폭력적 증상 보여
    -피해망상자, 약자에게 분노표현
    -피의자, 여성 트라우마는 적은편
    -자의적 판단으로 약 복용 끊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일용 경감 (프로파일러.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여러 가지 논란과 추모 열풍을 불러일으킨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경찰이 어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신분열증인 조현병에 의해 저지른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 이런 결론인데요. 사건 초기부터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남녀 성별 간에 갈등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서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요. 결론을 듣고도 의문점은 여전히 남습니다.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을 내린 이유, 이분에게 직접 들어보죠. 국내 1호 프로파일러입니다. 이번 프로파일링 작업에 직접 참여한 분 권일용 경감 연결이 돼 있습니다. 권일용 경감님 안녕하세요.

    ◆ 권일용>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직접 만나본 피의자 어떤 사람이던가요?

    ◆ 권일용> 밝혀진 바와 같이 편집성 조현병 증상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많이 있고요. 현재는 자의에 의해서 약을 복용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비교적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던 그런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약 끊은 지 얼마나 된 거예요?

    ◆ 권일용> 한 4개월 정도가 진행이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기존의 흉악범들을 보면 지독히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든지 소시오패스라든지 성격장애, 반사회성장애, 이런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러면 이번 피의자는 그런 정도가 아닌 조현병, 정신분열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게 차이입니까?

    ◆ 권일용> 그렇습니다. 그러한 인격장애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정신적인 문제와 관련이 되어서 입원 치료 경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런 점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정신분열증을 청소년기부터 앓기 시작했다, 이거 맞나요?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23·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34)씨가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권일용> 네, 아마도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러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을 한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폭력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을 하고, 또 부모의 어떤 치료의 개입보다는 구체적인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결과들이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청소년기에는 어떤 식으로 발현이 됐다고 하나요, 그 조현병 증상이.

    ◆ 권일용> 아마도 상당히 사람들을 회피하는 증상들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 싫다든지 또는 어떤 동일한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든지 이런 증상들이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정신분열, 즉 '조현병에 의한 살인'. 이렇게 결론을 내리신 건데요. 그런데요, '평소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여성에게 복수하고 싶었다'라고 진술을 한 부분이라든지, 또 엄마를 증오했다라고 진술한 부분이라든지. 이런 걸 미루어 볼 때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데 그 쪽이 아니라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다라고 결론을 내리신 건 왜일까요?

    ◆ 권일용> 아마도 자기 어머니에 대한 감정들은 자신을 입원치료 받게 한 부분에 대해서도 분노표현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들이 좀 관련이 됐다 이렇게 보고 있고요. 식당에서 일을 하던 중에는 다른 남성들하고도 사소한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증상이 결국 반드시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제외한 타인의 행동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적대감을 갖고 있는 그 형태로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남성들하고의 마찰도 많았어요?

    ◆ 권일용> 네, 그렇습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민들이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피해자 20대 여성은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본인이 평소에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 김모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조사됐습니까?

    ◆ 권일용> 사소한 '쳐다본다'라는 것 자체도 자신을 무시한다라고 왜곡되게 느끼는 증상들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피해망상의 대상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을 수도 있고 아이였을 수도 있고 노인이었을 수도 있고 엄마, 아빠였을 수도 있는데. 이 피의자는 이번에 여성을 고른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권일용>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도 이런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들이 여성이라든지 아동 특히 노인과 같이 상대적으로 좀 약한 대상에게 표출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자신의 공격행위로 인해서 실패할 경우에 다시 자기가 공격받는다고 하는 두려움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자기의 분노감을 표현하는 이런 형태가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 김현정> 결국 사회적인 약자를 골랐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권일용> 네,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게 된 거죠.

    ◇ 김현정> 여성혐오 범죄라는 범위 안에 넣지 못하는 건 지금 말씀하신 그런 이유 때문이군요?

    ◆ 권일용> 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이 혐오범죄라고 하는 범죄의 핵심은 '편견'입니다. 그래서 이성이죠, 범죄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자기의 이성인 여성이라든지 또는 어떤 특별한 인종. 어떤 종교나 가치관 이런 대상에게 가지는 '좋다, 나쁘다'라고 하는 평가와 태도인데요.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타인 모두에게 분노의 감정을 갖는 태도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의 피해 망상을 이 피의자는 가지고 있던가요?

    ◆ 권일용> 길을 걸어가면서 여성들이 자기 앞을 가로 막고 있다라든지, 또는 계단을 올라갈 때도 의도적으로 느리게 걸어가면서 길을 못 가게 방해하고 있다, 이런 망상들이죠.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대방의 행동들을 자기화 시켜서 상당히 왜곡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증상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외국에서 자주 벌어지는 인종혐오 범죄 같은 것을 보면 그 인종이 우리나라에 이민을 와서 내 일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내가 취직을 못하게 됐다든지. 뭔가 좀 굉장히 실질적인 근거,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이 사람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점에서 혐오범죄와 달리 보시는 거예요?

    21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집회 참가자들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화를 든 채 강남역 10번 출구를 출발해 사건 현장 앞 묵념으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사진=황진환 기자)

     

    ◆ 권일용> 네, 그러니까 현실적인 부분이 거의 나타나지를 않고 있습니다. 실제 예를 들면 여성에게 받은 트라우마가 있다든지 뭐 어머니에게 받은 아동학대가 있었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여성에게만 국한된 분노가 아닌 것으로 저희들이 분석을 하게 된 배경들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경감님. 그렇게 심각한 조현병,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직장을 얻어서 사회생활을 했죠?

    ◆ 권일용> 거의 지금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있었고. 이 범행이 벌어지기 직전에 한 열흘 정도 식당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답니까? 이 사람 직장생활이요?

    ◆ 권일용> 네.

    ◇ 김현정> 계속 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그 열흘이 다입니까?

    ◆ 권일용> 그래서 저희들이 주목한 부분들도 이러한 대인회피적인 증상들, 망상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본격적으로 열흘 동안 자기의 어떤 삶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조금 더 분노가 표출되지 않았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또 한 가지는 이 피의자가 화장실에 34분간 머물면서, 공용 화장실이었죠. 들어오는 남자들은 다 그냥 보내고 첫 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노렸다는 겁니다.

    ◆ 권일용> 네.

    ◇ 김현정> 정신분열증이 있어도 이렇게 계획적일 수 있나요?

    ◆ 권일용> 그렇습니다. 이런 정신분열 자체가 모든 생활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고요. 어떤 잘못된 사고와 지각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범죄와 관련된 경우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떤 경계선적인 상황과 상태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체계적인 행동들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정신질환, 정신분열에 의한 묻지마 범죄, 이런 결론을 경찰이 내린 건데. 이렇게 결론이 내려지면 처벌이 경감된다든지 좀 이런 게 있습니까? 어떻게 처벌을 받게 되나요?

    ◆ 권일용> 사실 문제는 범행 당시의 자신의 판단하고 의지가 완전히 와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만 정신질환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수사가 진행이 될 예정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가 좀 더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김현정> 갑자기 든 궁금증인데. 약을 수개월 전에 왜 끊었답니까? 집에서 누군가 그 부분에 대해서 관리해 주는 사람이 없었던 건가요?

    ◆ 권일용> 이 사람이 4개월 정도 전에 집을 나오게 됩니다. 가족하고 떨어져서 고립이 되다 보니까, 주변에 도움을 받는 것에서 좀 떨어져 있었던 상태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집에서 나와서 살았다는 것은 집에서 어쨌든 식비며 의식주를 제공을 다 했다는 얘기 아니에요?

    ◆ 권일용>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약 먹는 건 체크가 안 되었어요?

    ◆ 권일용> 그때 나오면서 아마 '나는 이런 치료를 받아야 될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는 자의적인 판단이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대로 자꾸 치료를 권유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형성이 되어 있었던 것들이고요. 내가 이런 것에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라고 한다는 판단 때문에 자의적으로 지금 약을 지금 먹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경찰의 결론은 조현병에 의한 피해망상이 불러온 살인 이렇게 결론이 나기는 했습니다마는 이번 추모열풍은 또 가벼이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렇죠? 우리 사회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그동안 느껴온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되었다는 점. 이걸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겠네요.

    ◆ 권일용> 당연히 그렇습니다. 상호작용 속에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일용>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강남화장실 살인사건의 피의자 심리분석을 담당했던 분입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 경찰청 범죄행동분석 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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