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성제훈 박사 (사진=자료사진)
광복 7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농업에는 일본식 용어 등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어 진정한 광복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어려운 농업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는데 앞장서 온 농업 연구관이 있어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성제훈 박사를 만나봤다.
논에 물을 대서 심는 벼 '수도', 거름 주는 것 '시비', 웃자란 가지 '도장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은 '일관'…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아직도 농업현장에서 즐겨 쓰는 용어들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제 식민지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성제훈 박사는 "너무 익숙해져 버려 이를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라면 한국 농업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며 "자신도 이러한 용어를 자연스럽게 써가며 강의를 해 온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농촌진흥청이 각종 연구 보고서와 보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3만개 정도가 어려운 용어로 돼 있다.
예를 들어 "다비하면 도복합니다"라는 말은 "비료를 많이 주면 벼가 넘어질 수 있다"는 말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업 당국에서 흔히 사용한 말이다.
"도장지 관리를 잘 해야 과일이 튼튼합니다"라는 말도 "웃자란 가지를 잘 가지치기를 해야 과일이 튼튼합니다"는 말이다.
또, '일관 기계화'는 모든 과정의 기계화로, '출수가 지연된다'는 말은 '이삭이 늦게 팬다'로 바꾸면 된다.
성 박사는 "광복 70주년을 넘기고도 아직도 일제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정한 광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박사는 지난 2003년부터 우리말 편지를 써왔고 지난 2007년 당시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우리 말글 지킴이'에 선정되기도 했다.
성 박사는 "우리 농업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위해서는 일본식 농업 용어를 잘 정리해서 알기 쉬운 농업 용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세금을 가지고 농업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기술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되도록 국민들이 알아듣기 편하게 서비스해줘야 하고 그 서비스 하는 게 제대로 된 말로 전달해야 소통이 잘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