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 중소 통신·시민단체는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전국이동통신협회 제공)
"이랜드, 신세계 등 대기업 한식뷔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영세 한식집들이 폐업하고 있다. 이동통신 판매·대리점도 벼랑 끝에 놓였다. 이통3사의 직영점 확대와 하이마트 같은 대형유통점 확장 때문이다. 휴대폰 파는데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연구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거대한 자본을 기반한 각종 우회적 프로모션으로 인해 중소 상인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 이동통신 유통점과 시민단체가 이통3사와 대형 유통점의 골목 상권 위협을 규탄하면서 "이동통신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참여연대 등 7개 통신·시민 단체는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뒤 이통 판매·대리점은 급격히 축소됐고, 그 자리에 이통 3사 직영점과 하이마트·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이 들어섰다"면서 "중소 상인들의 생존권 위기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통신 유통업을 중소 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속히 지정해 보호할 것"과 "중소기업적합업종보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3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철수 내지는 확장 자제가 이뤄진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뒤 이통 판매점은 1만 2000여곳에서 1만 1000여 곳으로 10% 감소한 반면, 이통 3사 직영점은 1100여점에서 1487점으로 35% 증가했다. 대형 유통점인 하이마트 역시 322곳에서 440곳으로 37%나 늘었다.
이동통신유통협회 박선오 위원장은 "이통3사 직영점과 대형유통점의 문어발식 확장을 견제할 방안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 방치된다면 골목상권의 위기는 계속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판매·대리점의 폐업 속출로 중소상인 생존권 붕괴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의 악화로도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동통신 판매점은 40세 미만 청년층의 고용 비중이 64%에 달한다. 결국 이동통신 판매·대리점의 감소는 청년 고용의 감소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통신 3사와 방통위가 "이동통신 판매점‧대리점에만 가하는 전산차단·페널티·구상권·영업정지 등 10여개의 중첩적인 법외 규제가 판매점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통신 3사의 직영점과 대기업 대형유통점들의 횡포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를 근절할 것"도 함께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통신 3사 직영점과 대기업 대형 유통망은 시장지배력과 자금력으로 카드 마일리지, 쿠폰할인, 사은품 등 우회적인 보조금과 별도의 프로모션으로 차별적‧편법적 마케팅과 불공정한 영업을 버젓히 해도 어떠한 규제도 받고 있지 있다"고 꼬집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기업이 자신의 자금력을 동원해 소비자가 싸게 사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영세한 판매·대리점은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반면 직영점과 대형 유통점은 눈감아 주고 있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당국의 이중잣대를 비난했다.
이들 협회는 불공정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직접 나서서 공정위, 미래부, 방통위 등에 신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서를 제출하고, 20대 국회 초반에 중소기업적합업종보호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여러 단체와의 공조 계획도 밝혔다.
이용구 통신소비자 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단통법이 시행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는 정부가 공정한 규칙과 틀을 짜는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막강한 자금과 권력을 가진 통신사업자와 손을 잡고 소비자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 3사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고가요금제와 부가서비스 유도 및 강요 행위를 근절하고, 단말기 가격 인하 경쟁을 통해 단말기 거품을 빼는 등 이동통신 유통업 골목상권과 통신 소비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통신 이용자들의 권익이 보호되고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되기를 바란다"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