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부역장 A씨는 25일 오후 8시20분께 종합관제소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대림역으로 향하는 전동차 두 번째 칸에서 이모(49)씨가 20㎝ 길이의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다는 내용이었다. 승객들에게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A 부역장은 이 같은 연락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김봉준씨와 함께 곧바로 해당 전동차로 갔다. 우선 이씨를 전동차 밖 대합실로 유인해 승객들로부터 떨어뜨렸다.
A 부역장은 이씨가 방심한 틈을 타 그의 등을 두 번 쳤고, 흉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제압에 성공했다.
이씨가 난동을 부린다는 연락이 들어오고, 이후 출동한 경찰에 무사히 인계되기까지는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다친 사람도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소주 7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탄 이씨는 청소부가 침을 뱉지 말라고 말한 것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과 16범인 이씨는 2007년에도 지하철 안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두르다 붙잡혀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씨는 작년 11월 출소하고서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닌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고 흉기를 휘두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돼 흉기를 들고 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26일 특수협박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A 부역장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고, 그를 도운 사회복무요원 김씨에게는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