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57·연수원 17기) 변호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 굵직한 사건들을 맡으며 20년 간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린 검사였다.
동기인 김경수 전 고검장, 최재경 전 검사장과 함께 특수수사 분야에서 17기 트로이카로 불릴 만큼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자신과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한 지 4년여 만이다.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 홍만표 변호사 (사진=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27일 오전 10시 전관으로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임료를 축소 신고해 탈세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홍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공교롭게도 홍 변호사의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모두 홍 변호사와 인연이 있는 후배들이다.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던 홍 변호사가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이동열(50·연수원 22기) 3차장검사는 중수부 지휘 라인에 있던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이었다.
이원석(47·연수원 27기) 부장검사는 2000년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평검사로 일하면서 지청장이던 홍 변호사의 수사 지휘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부장검사는 10년 선배인 홍 변호사로부터 수사 기법을 전수받은 지 16년 만에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장이 주임검사이지만, 홍 변호사에 대한 조사는 주무검사가 할 것"이라며 "이 부장이 일반 피의자와의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고려해 예우를 갖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홍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가 맡았던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1997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수사에 합류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이던 2001년에는 정치인과 검찰 고위직 등이 연루된 '이용호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 등 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을 맡았고 신광옥 당시 법무부 차관을 직접 조사해 구속하기도 했다.
검사장을 달고난 후 2010년에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의 실무책임을 맡았다가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사표를 던졌다.
2011년 9월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연평균 100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며 '최고의 전관'으로 통하는 전성기를 누렸지만, 5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친정인 검찰에 피의자로 불려나가는 수모를 겪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