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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 靑 거부권 + 檢 홍만표 = 금요일의 법칙

국회/정당

    [쓸로몬] 靑 거부권 + 檢 홍만표 = 금요일의 법칙

    '일석이조' 효과 노린 대통령의 '꼼수', 과연 통할까.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금요일의 법칙'이 되살아났다. 기자는 지난해 2월 "'빅뉴스'는 왜 금요일 오후에 발표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유별난 금요일 '사랑'을 지적했다. 정부의 주요 인선을 금요일에 단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 실은 검찰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5월의 마지막 금요일인 27일 '금요일의 법칙'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일명 '상시 청문회법'으로도, '청문회 활성화법'으로도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그렇고, 검찰의 홍만표 전 '검사장' 소환조사도 마찬가지다.

    ◇ 금요일 오전 '긴급 임시국무회의' 열어 '대리' 거부권 행사

    우선 정부의 재의 요구를 보자. 정부는 이날 오전 7시쯤 "임시 국무회의"를 오전 9시에 열겠다고 '긴급' 공지했다. 국무회의는 통상 매주 화요일 개최된다. 필요에 따라 '임시' 회의를 그때그때 소집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말 그대로 임시일 뿐,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나흘 뒤인 23일 정부로 송부됐기 때문에 24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논의했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국빈 방문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가까운 일본에서 열리는 'G7'을 마다하고 아버지의 '추억'을 곱씹으려는지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을 떠난 와중이다.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침해하는 중요한 법률이라면 순방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이 7일 예정된 '정례' 회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금요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재의 요구를 전격 발표하는 '변칙'을 택했다. 대통령이 정면에 나서지 않는 '대리 거부권' 행사에다 재의권한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 기댄 '꼼수' 국무회의다.

    ◇ 국회 교체기 법적 논란에 기댄 '꼼수'라는 지적도

    헌법 등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회에서 송부된 법률안을 공포하는 대신,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15일 내로 본회의를 열어 다시 법률안을 의결해야 한다.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는 본회의 소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에 협조할 리가 없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정부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제공)

     

    그렇다면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가 법률안을 넘겨받아 재의하면 되는데 법적으로는 논란이 있다. 정통한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20대 국회에 재의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무회의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주에 정례회의에서 의결하면 20대 국회로 재의권한이 넘어간다고 판단해 오늘로 당긴 것 아니냐"며 "나라를 정직하게 운영해야 하는데 이런 정략적 계산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고 지적했다.

    ◇ 검찰은 왜 홍만표 변호사를 금요일에 소환했을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는 홍만표 변호사가 포토라인 앞에 섰다. 제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검찰 청사에 피의자로 소환된 것이다. 사법연수원 17기로 대표적 '특수통' 검사에서 후배 특수부 검사들에게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강원 삼척 출신으로 대일고·성균관대를 졸업한 홍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 등이 연루된 대형 사건 등을 처리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을 사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핵심 보직인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이후 대검 기획조정부장이던 201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책임을 지고 홀연히 검찰을 떠낸 대표적인 '전관'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검사장 출신의 유명 변호사를 피의자로 소환 조사하는 자체가 '망신살'이 아닐 수 없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 변호사의 이니셜인 'H'가 여러 언론에 일제히 등장한 건 정확히 한 달 전인 4월 27일이다. 서초동의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 홍 변호사의 이름은 그 한참 전부터 거론됐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홍 변호사를 꼬박 한 달이 지난 5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에 소환했을까.

    ◇ '금요일의 법칙' 원조는 검찰…주말 동안 여론 희석돼

    사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압수수색과 주변 조사 등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레 이날로 소환 날짜가 정해졌을 가능성도 분명 있다. 반대로 검찰은 더 일찍 그를 부르고 싶었지만 홍 변호사 본인이 이날 출석하겠다고 주장했을 수도 있다.

    다만 금요일이 상대적으로 뉴스의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검찰과 원조 특수통인 홍 변호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반나절만 소나기를 맞고 나면 주말 동안에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검찰은 그동안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민감한 사안을 주로 금요일에, 그것도 오후에 발표하곤 했다. 굵직한 사건만 줄잡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 수사결과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 수사결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규명 지시 △진상규명 결과 발표 △윤석열 여주지청장 수사팀 배제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 헐값매입 사건 수사결과 등이 있다.

    ◇ '대리'에 '꼼수'…대통령의 전략은 과연 통할 것인가

    다시 거부권 행사로 돌아가 보자. 정부가, 아니 청와대가, 정확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것은 고도의 전략적 행위다. 24일의 정례 국무회의를 넘기고 오는 31일과 다음달 7일의 두차례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25일도, 26일도, 30일도 아닌, 27일 금요일을 '택일'한 것이다.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앞서 지적한 대로 국회 교체기를 노린 '꼼수'에 마침 '금요일'이라는 조건까지 더해졌으니 대통령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정치적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주말 동안 반발 여론이 희석되고, "헌법 제 51조의 단서에 임기 만료 후 안건이 폐기된다고 돼 있다"는 제정부 법제처장의 말처럼 재의 없이 국회법이 폐기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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