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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더 나아지려고 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신간 '단순한 삶', 백 년의 고전 국내 첫 번역, 샤를 와그너 지음

     

    "우리는 재산이나 권력이 늘어나면 복종과 겸손의 정신도 함께 커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지위가 높아지면 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임무를 가장 존중해야 하는 이들이 그 존중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고, 바로 그 때문에 존중도 줄어든다. 꼭 두드러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 뿐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 겸손해지고, 더 다가가기 쉬워진다." - 본문 210쪽

    '단순한 삶(La vie simple)'은 프랑스 개혁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진보적인 목사 샤를 와그너가 아내와 함께 파리 바스티유 빈민가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저술한 책이다. 1895년 출간된 이 책은 '존재의 행복과 힘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그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중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생각법, 말하기, 라이프스타일, 돈, 인간관계, 교육 등 삶의 전 영역을 망라하여 단순함이란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과학 기술, 자본주의 등의 발전으로 나날이 복잡해져만 가는 삶에 지쳐 가던 당대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미국에 '심플 라이프The Simple Life'로 번역 소개되어 윤리적·종교적 리더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을 읽고 감명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저자를 백악관에 초청 강연케 하여 ‘심플라이프’는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책 서두에서는 프랑스의 한 가정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난한 풍경을 보여 준다. 양복 재단사, 가구 제작자, 연회업자 등을 만나야 하는 복잡한 준비 과정, 처리해야 하는 갖가지 편지와 서류, 쓸데없이 많은 피로연, 환영회, 무도회 등의 행사…. 이러한 복잡한 준비 과정을 겪는 두 젊은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시기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심지어 그들의 사랑마저 흔들리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요즘 우리의 세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또한 언론에서 복잡한 말들을 쏟아내 대중들을 서로 불신하게 만들고, 사회 불안을 조장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상황(4. 단순한 말), 일하는 동기가 오로지 월급이 전부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8. 돈에 좌우되는 정신과 단순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여 갈수록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소유욕(6. 단순한 욕구)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성찰은, 현대인들이 당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비춰보는 거울인 동시에, 그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풀어 나가는 열쇠가 되어 준다.

    책 속으로

    좋은 램프란 무엇인가? 귀금속으로 화려하게 세공해 한껏 치장한 램프가 아니다. 빛을 잘 밝혀야 좋은 램프다. - p.26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 상태다. - p.31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존재방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일 때, 다시 말해서 아주 솔직하게 그저 한 인간이고 싶을 때 가장 단순하다. - p.31

    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된 이해를 찾아볼 수 없다. 신경질적인 성격, 쓸데없이 격렬한 설전, 신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급한 판단, 과잉교육과 무절제한 사회관계, 이런 것이 바로 극단적인 언어의 폐단이다. - p.70

    거장들의 작품이 세월을 초월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재성에 단순함이라는 옷을 입힐 줄 알았기 때문이다. - p.72

    어떤 이들은 파괴하고, 다른 이들은 짓는다. 어떤 이들은 더럽히고, 다른 이들은 치운다.어떤 이들은 타락을 위해 살고, 다른 이들은 정의를 위해 죽는다. 이 고통스러운 법칙 속에 구원이 있다. - p.88

    음식, 옷, 집에 대한 취향의 단순함은 독립과 안전의 원천이다. 단순하게 살수록 미래는 보장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불운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p.106

    기쁨과 단순함은 서로 오랜 두 친구와도 같다.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단순하게 만나라. - p.125

    일을 하는 동기가 오로지 자신이 받는 급여가 전부인 사람은 형편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 p.132

    침묵의 영역이 소음의 영역보다 더 방대하다. - p.149

    집과 옷에 기품과 매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꼭 부자일 필요는 없다. 훌륭한 안목과 선의만 있으면 된다. - p.186

    자녀를 키울 때는 그들 자신을 위해 키워서도, 부모를 위해 키워서도 안 된다. 삶 자체를 위해 키워야 한다. - p218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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