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 사망 사고는 인력부족 문제 때문에 2인 1조로 작업을 하도록 한 작업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사고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2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사망한 사고도 2인 1조의 작업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바 있어 서울시 산하기관의 인력부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 사망 사고는 작업 규정을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서울 메트로 측의 관리 부실이 복합돼 초래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 메트로는 지난해 11월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중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2인 1조로 작업에 나서고 1명은 열차를 감시하도록 하는 스크린도어 정비 관련 작업규정을 마련했다.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김 씨는 지난 28일 구의역의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승강장에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이러한 작업규정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용역업체인 은성PSD 직원인 김모(19) 씨는 지난 28일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받고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 도착해 작업에 나섰지만 작업자는 2명이 아닌 1명이었다.
김씨가 2인 1조로 작업하게 된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나홀로' 수리에 나섰던 이유는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었다.
서울메트로노조 안전위원인 공공교통네트워크 오선근 운영위원장은 "규정대로 2인 1조로 점검을 하기에는 인력 부족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정규직 직원의 경우도 현장에서는 2인 1조를 인력 부족으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외주를 받아서 작업을 하는 용역업체는 인력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도시철도공사가 운영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지하철 5~8호선의 스크린도어는 유지보수를 도시철도공사 정규직이 맡고 있다.
반면 서울메트로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은 유지보수를 외주 용역업체가 맡고 있다.
결국 저렴한 비용으로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맡기다 보니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작업규정이 헌 신짝처럼 내팽개쳐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년 사이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정비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3건 발생했는데, 모두 외주 용역업체가 정비를 맡은 2호선에서 발생했다.
인력부족 문제로 사람이 죽는 일이 지하철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육사의 개인 과실이 일부 있었지만 인력부족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물원은 사육사 안전 등을 위해 2인 1조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사자에 물려 사망한 사육사 김씨는 동료 근무자가 휴가여서 혼자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 사망사고와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사망사고는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인력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서울시의 투자기관이고, 어린이대공원은 서울시 투자기관인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런 서울시 산하기관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주 용역업체에 유지 보수 업무 등을 맡기고 작업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정규직이 맡아야 할 업무를 외주 용역업체에 맡기는 이른바 아웃소싱(outsourcing)이 19살 꽃다운 청춘의 꿈을 앗아간 셈이다.
서울메트로는 오는 8월에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를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인력부족 문제로 발생한 제2, 제3의 스크린도어 정비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회사가 외주 용역업체보다는 근무여건이 양호하겠지만 서울메트로에 준하는 임금과 근로여건이 보장되어야 전문성과 기술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권리 존중을 위해 '노동특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라면 산하기관의 인력부족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산하기관의 인력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