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축구협회연맹(CONIFA) 월드컵을 아시나요?
흑해 연안 동쪽에 위치한 조지아의 자치공화국 아브하지아. 지금 아브하지아는 축구 열기에 휩싸여 있다. 독립축구협회연맹(CONIFA) 월드컵이 개막했기 때문이다.
독립축구협회연맹 월드컵은 독립국, 속국, 미승인 국가, 소수민족 등 세상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국제축구연맹(FIFA) 비회원국들이 축구로 기량을 겨루고 교류하는 대회다.
올해 대회를 개최한 아브하지아만 해도 세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1864년 제정러시아에 합병된 후 구소련 조지아에 속했던 아브하지아는 독립전쟁에서 승리하면서 1992년 7월 23일 조지아의 자치공화국으로 공인받았다.
쿠르디스탄, 북키프로스, 소말릴란드, 펀자브, 서아르메니아, 세클리랜드, 재일한국인 등 다른 참가국도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독립축구협회연맹 월드컵은 축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미족(스칸디나비아 지역 토착민) 출신인 퍼 앤더스 블라인드 독립축구협회연맹 회장은 2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이 대회는 일종의 평화 프로젝트다. 소외받는 사람들이 마음껏 뛰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며 "지구상의 모든 인종과 토착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대회 참가자 사이에서는 축구보다 정체성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하핏 싱크 펀자브 축구협회장은 "펀자브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영국, 인도, 파키스탄, 미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브하지아는 조지아의 또다른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아와 달리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 조지아의 그늘을 벗어나야 국제대회에 마음대로 참가하고, 다른 나라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BBC는 독립축구협회연맹 월드컵에 대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투쟁해온 나라들이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맺는 대회다. 경기장의 함성소리가 커질수록 진짜 월드컵과 다름없어 진다"고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