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해가며 호텔롯데 상장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롯데그룹이 잇따라 터진 대형 악재들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검찰은 2일 롯데면세점 본사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자택을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격 압수수색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된 롯데마트도 노병용 전 대표(현 롯데물산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재승인 신청 과정에서 비리 임원 일부를 누락해 사상 초유의 6개월 프라임타임 방송 송출 금지 징계를 받으며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특히 롯데면세점 압수수색은 롯데그룹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초대형 악재다.
당장 코앞으로 닥친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관세청은 이르면 이번주 입찰 공고를 내고 연말쯤 4개 사업자를 추가 선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특허를 상실했던 롯데면세점은 이번 입찰을 통해 구제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검찰 압수수색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기준에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 경쟁을 해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입찰 참여를 제한하게끔 되어 있다.
월드타워점의 불투명한 운명은 곧바로 호텔롯데 상장으로 연결된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 중 13%를 담당한 점포로서 12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시너지 효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 산정의 중요한 요소다.
호텔롯데는 이달 말 상장을 앞두고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데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날아든 검찰의 압수수색은 롯데그룹의 중장기 구상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마무리 수순으로 여겨졌던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되살아날 수도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6월 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을 문제삼으며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19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에 공식 착수하며 장밋빛 미래를 설계했던 롯데그룹이 불과 2주일만에 암울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