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과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귀국한다. 이번 순방에서 경제와 북핵 관련 외교성과를 냈다는 청와대의 자체 평가가 있지만,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외면한 '추억여행'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아프리카 3개국 순방(5월25일~6월1일)은 취임 이래 한반도 주변4개국, 유럽·남미·중동·동남아·중앙아시아 주요국 순방을 벌여온 박 대통령이 정상외교의 다변화 및 지역적 완결성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순방에서 "마지막 블루오션"(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라는 이들 나라와 총 82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3조원대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기반도 닦았다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또 각국 정상회담에서 북핵 대응 관련 공조의사도 확인받았다. 특히 우간다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취임 이래 3번째였던 이번 프랑스 순방(6월1일~4일)은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공고화 계기가 됐다. 양국 정상은 이를 위한 '수교 13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협력 강화를 천명했다. 주요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의 21번째 정회원 가입도 예정됐다. 양국 협력을 위한 MOU도 27건 체결됐다.
하지만 이번 순방은 시의성 면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전부터 계획돼 있던 국빈방문 일정"이라고 청와대가 강조하지만, 하필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에 청와대가 비어 있었다. 외교부 장관도 대통령을 수행하느라 나라 밖에 있었다.
에티오피아 순방기간 일본에서는 서방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려 북핵 문제 등이 논의됐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개 초대국(Guest Invitees)이 G7의 논의를 지켜보는 동안 핵심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안했다.
이때 미국 대통령 최초의 '히로시마 방문' 사건으로 미일동맹 중심의 동북아안보 구상이 공고화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정세변화다. 미국의 묵인 하에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은 지난해 "대한민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이남"(나카타니 겐 방위상)이라며 '한반도 진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북한도 움직였다. 박 대통령이 케냐에 있을 때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비핵화 해법'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북중 관계개선의 신호탄이 발사된 상황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프랑스 순방 때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설, 중국기업 화웨이에 대한 대북거래 조사 착수 등 미중갈등 변수들이 속출해 중국의 '이탈' 우려를 가중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 와중에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해외에서 원격 강행하면서, "협치를 찢어버렸다"(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판을 샀다. 4대개혁 등 국정과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른 안보정책에 있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우리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이런 상태로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인가. 우리가 자주적으로 취할 수 있는 외교적인 능력이 무엇인지 조속히 국민에게 밝히라"고 압박에 나섰다.
야권에서는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을 '과거로의 여행'이나 '추억여행' 등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 때 수교한 아프리카 3국 방문 자체나, 순방 마지막날 박 대통령이 42년 전 유학생활을 한 프랑스 지방도시 그르노블을 찾은 일정 등이 지적된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최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일종의 추억여행 같은 것 아니냐.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관계가 돈독했던 그런 추억 때문에 간 게 아닌가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아프리카는 '코리아 에이드'라는 신종 새마을운동을 들고 간 것이고, 프랑스에서도 유학했던 곳을 찾아갔다면 과거로의 여행이 맞다고 본다. 문제는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