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으로 25년째 수장고에 보관 중인 '미인도'를 공개할지를 놓고 국립현대미술관(이하 현대미술관)이 검토 중인 가운데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이 공개 시 즉각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천 화백 유족 측의 법률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대미술관이 '미인도'의 일반 공개를 결정할 경우 저작권법 위반으로 관련자를 추가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미인도' 위작에는 천 화백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현대미술관이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표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천 화백 이름이 그림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공개 시 곧바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유족 측이 먼저 '미인도' 공개를 요청한 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위를 판가름하기 위해 언론과 검찰에 공개하라는 의미였지, 대중 앞에 전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미술관은 지난달 13일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 명의로 천 화백의 둘째딸인 김정희 씨에게 편지를 보내 '미인도' 공개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김 씨는 수사가 예정된 상황에서의 작품 공개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씨는 마리 관장에게 보낸 답장에서 "'미인도' 공개는 국민의 사랑을 받은 한 예술가를 또 한번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머지않아 작품을 공개해야 할 것이며, 그때가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의 이런 강경한 반대 입장에 현대미술관의 미인도 공개 검토 작업이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미술관은 애초 금주 안에 공개 여부를 결론 낸다는 방침이었다.
현대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회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결정하겠다고 정하지는 않았다. 유족 측의 반대도 거세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