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알리.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and sting like a bee)."
복싱 역사상 최고의 챔피언을 넘어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선수로 손꼽히는 무하마드 알리(74)가 세상을 떠났다.
미국 언론들은 4일(한국시간) 일제히 알리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알리 가족의 대변인인 밥 거닐은 NBC 뉴스를 통해 "32년 동안 파킨슨 병과 싸운 알리가 7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알리는 최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의료기관에서 생명보조 장치에 의존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알리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이다.
12세 때 처음 글러브를 낀 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프로로 전향해 헤비급 타이틀만 세 차례 거머쥐었다. 타이틀 방어에도 19번 성공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물론 무패 신화와 함께 은퇴한 로키 마르시아노, 25차례 방어전을 성공한 조 루이스에 비하면 5패의 성적은 다소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알리는 성적을 넘어 복싱 그 자체였다. 특히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역시 흑인 챔피언이었던 조 루이스가 승리 후에도 웃지 않았던 반면 알리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베트남전쟁 때는 "나는 미국이 원하는 챔피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챔피언이 되겠다. 전쟁에 참여하느니 흑인을 차별하는 세상과 싸우겠다"면서 입대를 거부해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징역 5년까지 선고받았지만,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리고 다시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8)는 "우리는 거인을 잃었다. 복싱은 무하마드 알리의 재능으로 성장했다"고 아쉬움을 전했고, 복귀한 알리에게 타이틀을 내줬던 조지 포먼(67)도 트위터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마이크 타이슨(50)도 "신께서 우리의 챔피언을 맞이하러 오셨다"고 아쉬워했다.
전 라이트급 챔피언인 레이 만시니(55)도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복싱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면서 "복싱이라는 종목보다 더 큰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퇴 후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후유증이 꽤 컸다. 1981년 트레버 버벅에게 패해 은퇴한 뒤 198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30년 이상 병과 싸웠다.
하지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투병 중에도 성화 최종 점화자로 참가해 감동을 안겼다. 또 사회 인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2005년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