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에는 저자 장재숙 교수와 학생들이 이끌어온 수업의 내용을 토대로 쓴 것이다. 이 강의는 한 학기 동안 세 번의 가상 커플을 맺고 세 번의 데이트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상 데이트를 진행하다 보면 연애 경험이 서툴렀던 학생들은 관계에 대해 자신감을 키우게 되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서로를 판단하던 학생들은 점차 관계 속에서 상대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사랑에 대한 시각을 확장해간다.
이 책은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자신의 사랑론과 연애의 방식, 경험들을 나누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한 번도 연애를 못해본 사람들의 원인, 썸만 타는 남자의 심리, 적당한 고백 시기,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의 갈등, 데이트 비용 부담과 스킨십의 정도, 정말 사랑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남녀 문제, 이별에 대처하는 방식 등 사랑을 하면서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문제에 대해 하나의 정답만을 고집하지 않고, 각자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일생이 오는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한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자신의 인생에도 엄청난 일이다. 이 과정을 잘 마주해야 자신도 상대도 성장할 수 있다.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는 자신에게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이 왜 지금 연애를 하고 싶은지, 새로운 사랑 앞에서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나간 사랑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준다.
책 속으로썸은 더 이상 가볍지 않다. 그리고 썸은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만큼의 책임감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연애와는 또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기에 썸으로 인한 아픔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순간, 가볍게 다가온 썸. 그래서 그 끝이 무엇이어도 개의치 않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결코 그 끝이 가볍지 않아 늘 우리는 당혹스럽다. 썸은 가벼워서도 가벼울 수도 없는 것이기에 결국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썸 앞에서 이젠 조금 진지해질 때가 되었다. -제3강 드디어 누군가를 만났다 pp. 127~128
많은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남녀 간의 친구 관계가 영원할 수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약간의 주저함을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 세상에 영원한 건 하나도 없다는데 남녀 간에 친구 관계가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론지어야 하는 걸까. 지금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과도 내일 아침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인데 말이다. 따라서 지금 친구로 지내고 있는 그들에게 굳이 ‘두 사람은 영원히 친구일 수 있느냐’라고 물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제4강 우리는 진짜 사랑하고 있는 걸까 pp. 148~149
한 사람만 표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참아내는 소통은 결국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처음엔 한쪽이참아내고 있다는 걸 느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에 점점 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익숙해진 그 사람의 행동에 변화가 감지되면 그건 더 이상 내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를 향한 그 사람의 사랑이 식어서로 결론지어지기 쉬워서다. 상대를 위해 참아내기만 하는 사랑의 시작이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라고 해도 머지않아 그 의도는 빛을 잃기 쉽다. 참아내기만 하느라 표현한 적이 없으니 상대는 나의 그런 의도조차도 제대로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드러나는 행동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다.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인지 알게 될 때 비로소 그 사랑의 진짜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제5강 사랑의 소통 pp. 196~197
결국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는 말은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주기 위해 포장된 말이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건 그 사람을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누구보다도 그 상황을 고정 불변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싶어 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그동안 무의식 속에 갇혀 있던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그 상황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뿐이다. 처음부터 그 사랑을 지켜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상황이 존재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_제6 우리는 진짜 사랑하고 있는 걸까. -제6강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p.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