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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은 옛말'…관료 TK출신에 점령당한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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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검찰은 옛말'…관료 TK출신에 점령당한 공정위

    갈수록 무뎌지는 칼날에 내부에서도 불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6개월동안 기업관련 주요 사건에서 무혐의나 솜방망이 처분이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법원의 영향도 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가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신없는 관료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 공정위 사무처 "혐의 있음" vs 공정위 전원회의 "혐의 없음"

    지난해 말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골프존 가격담합, KT 계열사 부당지원, 오라클 끼워팔기 등에서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했다.

    대형마트 명절선물세트 가격담합에 대해서도 심의절차를 종료하며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냈고 롯데 등 8개 면세점업체의 환율담합에 대해서는 4년동안 조사를 끌어오다 "부당이득이 미미하다"며 불법 담합을 인정하고도 과징금 처분 없이 시정명령만 내렸다.

    대부분 공정위 사무처(검찰)가 '혐의 있다'고 기소한 것을 전원회의(1심 법원)가 ‘혐의 없음’으로 뒤집은 경우다.

    최근 6개월동안 중요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내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원위원 사이에서 불공정 혐의 여부를 두고 격론이 오가는 사건은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나고 있다.

    법원이 '공정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공정거래 사건'에 형사재판식의 엄격한 증거를 갈수록 꼼꼼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 공정위 위원 과도한 원칙주의, 관료적 성향 판결에 투영

    전원위원회 상임위원들의 원칙주의적이고 신중한 관료적인 성향이 판결에 투영되면서 '지나치게 꼼꼼하고 소신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 전원위원회는 5명의 상임과 4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5명 상임위원 모두 행시 출신 직업 공무원이고 4명은 대구·경북(TK) 출신이다. 여러면에서 소신있는 판결보다는 꼼꼼하고 보수적인 판결이 나오기 쉬운 구조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부위원장을 거친 원칙주의자로 조사와 위원회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을 하는 신중한 스타일이다.

    35년을 넘는 공직생활속에 불편부당한 윗선의 지시에 바른말을 던지며 원칙을 중시해 시련을 겪기도 했다.

    김학현 부위원장은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시장경쟁촉진을 위한 공정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공정위 국장때 현 대기업 관련 공정위의 틀을 만들어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석호, 신동권,김성하 상임위원들도 공정위 국장과 대변인등 요직을 두루 거쳐 "은둔형이다, 학자스타일이다, 정치성이 있다"는 등 각종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내부 업무에 정통하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숭실대 법대 교수 등 비상임위원들도 화려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이를 입증할 물증이 부족하다'는 식의 무혐의 처분이나 솜방망이 처분이 빈발하고 '친시장주의자'인지 '친기업주의자'인지 혼동되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공정위의 최근 판결을 보면 경제검찰은 포기하고 기업 봐주기,편들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현 위원장 취임뒤 법 해석과 집행에 관한 부분이 너무 무뎌졌다"고 밝혔다.

    ◇ 공정위 전원위원회 내부서 조차 불만

    위원회 처분에 대해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4년넘게 사건에 메달리며 심사보고서를 올린 심사관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은 물론 전원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원회의 일부 위원들조차 롯데 등 8개 면세점업체의 환율 담합에 대해서 4년동안 조사를 끌어오다 "부당이득이 미미하고 부당이득을 계산하기 어렵다"며 과징금 부과도 없이 시정 명령만 내린 것에 대해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분명한 담합사실을 확인하고도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이례적이어서 말이 많았던 이 사건에 대해서 “기업입장에서 볼수도 있고 기업에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판결이 날 수 있지만 까만 것은 까만 것이고 하얀 것은 하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시장주의측면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여러 사건이 결국은 예외없이 기업프렌들리적인 판결이 되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심사안건을 놓고 공정위원들간에 의견이 엇갈릴수도 격론을 벌일수도 있지만 심사보고서에 하자가 없으면 위원들이 어떤 자기 입장이나 자기 논리로 심사보고서를 뒤집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전원회의에서 이런식으로 질문을 하고 합의에서는 다른 식으로 결정을 하는 태도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 공정위 구조도 '한 지붕 두 가족' 애매한 구조

    검사인 사무처와 판사인 위원회가 독립된 구조지만 전원위원회 위원장이 사무처 심사관들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는 공정위원장인 구조여서 무혐의 결정에 반박하기도 판결에 의견을 드러내기도 애매한 구조이다.

    의견을 제시한다해도 재심절차가 없고 검찰과 법원의 관계처럼 상호 견제 기능이 없다.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를 담은 판결문을 공개하지만 공정위는 무혐의 사건에 대해 의결서조차 작성하지 않는다. 외부에서는 왜 무혐의가 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구조이다.

    요즘은 ‘사건처리 3.0’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조사 직후 담당 과장이 피조사 업체에 불편한 건 없었는지 확인하는 ‘해피콜’까지 해야 한다.

    가뜩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캐내기 위해 기업을 추궁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조사를 해 위원회에 상정해도 힘빠지는 판결이 이어져 사기가 떨어지고 위축되고 있다.

    조만간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은행 금리 담합 등 굵직한 대형 사건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공정위 전원회의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요즘 들어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다양한 분야의 위원들이 모여 치열한 논쟁을 통해 결론을 내야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료 중심의 결정 구조는 아닌지, 원칙적이고 신중한 것에 집착하다 너무 소신없는 판결에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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