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된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시민들이 추모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서울 구의역에서 19살 비정규직 김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측이 "김 군에게 사고 지점 수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직후에도 김 군이 작업메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책임회피에 나선 전력이 있어 또 다시 책임회피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승강장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서울 광진경찰서와 함께 구의역 승강장 사고 자체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7일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자체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당일 서울메트로 관제실과 은성PSD, 구의역 역무원의 진술 등을 모두 살펴봐도 누구도 김 군에게 9-4 지점의 스크린도어 수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언론인터뷰를 했다.
그 누구도 김 군에게 사고 지점인 9-4 지점 수리를 지시한 적이 없는데 김 군이 그곳에서 수리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메트로와 광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소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는 구의역에 들어오는 열차 기관사가 육안으로 5-1 지점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는 것을 본 뒤 통제실에 신고한 것이다.
따라서 이 관계자의 말처럼 김 군이 최초 수리한 5-3 지점과 사고가 발생한 9-4 지점은 최초 신고접수된 지점과 다른 곳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의 특성상 신고 지점과 실제 고장 발생 지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마치 김 군이 사고 신고도 되지 않은 지점에서 자의적으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한 것.
구의역 사고와 관련한 서울메트로의 이같은 책임회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고 발생 직후 서울메트로 고위관계자는 "열차 운행 중 승강장 내 작업시 역무실에 와서 작업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데, 김 군은 역무실에 들어와 작업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후 비판여론이 일자 서울메트로는 사과문을 내고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 문제가 주 원인"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뒤늦게 또 다시 서울메트로 측의 책임회피성 발언이 나옴에 따라 비판여론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미디어팀 관계자는 "최초 고장신고는 5-1 지점으로 들어왔고 김 씨가 실제 가보니 5-3 지점에 문제가 있어 5-3 지점을 수리를 했다"며 "이후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한 김 군이 오후 5시 54분쯤 9-4 지점도 이상이 있어 수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관계자가 그런 식으로 말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메트로의 공식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군이 누구의 지시로 9-4 지점을 수리했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였지 지시한 적도 없는 곳에서 자의적으로 수리를 하다 숨졌다는 것은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와 자체조사를 함께 진행한 서울 광진경찰서도 "최초 신고는 5-1 지점이 맞지만 김 군이 실제 이상이 있었던 5-3 지점을 수리한 뒤 오후 5시 54분쯤 9-4를 수리했다"며 "구의역 전체가 김 군의 관할이라 그렇게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측이 책임감을 가지고 실제 고장이 난 지점을 찾아내 수리를 하다 안타깝게 사고를 당한 김 군에게 또 다시 책임을 떠넘기려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앞서 김 군의 어머니는 사고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지내면 개죽음당하는 사회"라며 "차라리 제가 우리 아이를 책임감 없는 아이로 키웠다면 제 옆에 있을거 아니냐"고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