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주전을 놓치면서 대표팀에서도 제외된 이청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유럽파들이 심상치 않다.
박지성, 이영표 등을 필두로 한 때 한국 축구의 중심이었던 유럽파. 그런데 최근 대표팀에서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탓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유럽파의 현실이다.
유럽파의 부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명단에서조차 빠진 유럽파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레바논과 2차예선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도르트문트)를 포함시켰다. 단 "경기력을 냉정히 평가하면 이들은 국가대표 명단에 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2차예선에서 6전 전승으로 최종예선에 진출한 만큼 지난해 수고해준 이 선수들을 다시 한 번 부를 기회였다. 지난해의 좋은 활약에 대한 보답"이라고 선을 그었다.
큰 변화는 없었다. 대표팀에 와서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고, 소속팀에서는 여전히 벤치 신세였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원정 2연전에 이청용, 김진수, 박주호를 제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박주호, 김진수는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셋은 시즌 내내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출전 기회만 얻지 못한 것 뿐 아니라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표팀에 뽑히기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동 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유럽 원정은 유럽파를 호출할 좋은 기회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원칙을 지켰다.
토트넘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 감각 문제를 드러낸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떨어진 경기 감각유럽 원정에 합류한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역시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다. 시즌 초반까지는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중후반부터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럼에도 대표팀에서의 입지는 굳건했다.
하지만 유럽 원정에서는 아니었다. 소속팀에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기성용과 손흥민은 1일 스페인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은 슈팅 1개가 전부였고, 기성용 역시 평소와 달리 실수를 연발했다. 오히려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K리거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기성용은 무릎 통증으로 5일 체코전에서는 후반 막판 잠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손흥민은 스페인전에 이어 선발로 나섰지만, 부진은 더 심각했다. 손흥민이 자리한 왼쪽으로는 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후반 출전 기회가 줄어든 석현준(FC포르투)의 체코전 활약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유럽파의 힘이 필요하다예전 국가대표 감독들은 유럽파를 중용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더라도 "유럽에 진출한 선수면 기량은 인정 받은 선수"라는 지론이었다.
맞는 말이다. 분명 K리그에서 기량을 인정 받아 유럽으로 나간 선수들이다. 결국 슈틸리케호가 최종예선, 더 나아가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위해서는 유럽파의 힘이 필요하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이 내세운 원칙처럼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여전히 유럽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기성용은 자신을 중용하지 않는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이 2년 재계약을 하면서 다시 위기에 놓였다. 손흥민은 아예 이적설이 파다한 상태다. 이청용과 김진수, 박주호 역시 경쟁에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