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일명 '의료 영리화' 및 원격의료 법안들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고 나서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7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에서 원격의료법을 의결, 이달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원격의료법은 의료진간 제한적으로 허용돼온 원격의료를 의사-환자간에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대상 환자를 만성질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원격의료만 하는 의료기관 운영은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날 의결한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과도 큰 차이점도 없다. 야당과 의료계가 안전성 및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면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했는데도, 재추진을 강행한 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지난달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시기상조"라며 곧바로 반대 입장을 냈다. 갈등의 재연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개원과 함께 새누리당이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역시 논란이 되고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 국회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발 끝에 결국 처리가 무산된 법안들이다.
기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핵심 쟁점은 보건의료 부문의 포함 여부다. 보건의료를 '서비스'로 규정할 경우 영리병원 도입과 병원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게 보건의료계의 우려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이 법은 사실상 '기획재정부 독점법'이나 마찬가지"라며 "규제 완화라는 미명하에 오로지 자본을 위해 사회적 안전성과 최소한의 보장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 역시 "서비스산업 발전이 국가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해도 보건의료분야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제외해야 마땅하다"며 결사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의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보건의료가 영리를 우선시하게 되므로 해당 법안 통과에 반대한다"고 밝혀, 36%인 찬성 의견에 앞섰다.
특정 지역 전략산업에 대해 모든 규제를 풀겠다는 '규제프리존법' 역시 반발을 사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으면서 일종의 '출구전략'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규제프리존법 역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악법"이라며 "맹목적인 규제 완화는 보건의료의 왜곡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형준 국장도 "해당 지역에 들어가면 온갖 규제를 다 풀어주기 때문에 제2의 옥시나 가습기 사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정부가 나서서 벌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부동산 경기 등을 의식해 이를 지지하는 '황당한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 122명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에는 원내수석부대표인 김관영(전북 군산)·김동철(광주 광산구갑)·장병완(광주 동구남구갑) 등 국민의당 의원 3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앞으로 새누리당이 이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자처하는 국민의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서비스발전기본법의 경우 국민의당 역시 보건의료 부문 포함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이를 관철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