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동거녀 상해치사가 일어난 제주시 연동 A오피스텔.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에서 동거남의 상습 폭력으로 숨진 40대 여성이 사건 발생 전날 경찰과 가정폭력 상담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정폭력 문제로 경찰과 면담까지 한 이 여성은 다음날 동거남으로부터 또다시 끔찍한 폭행을 당한 뒤 끝내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상해 치사 혐의로 구속된 유 모(49) 씨가 '자꾸 과거 얘기를 꺼내 우발적으로 동거녀 오 모(44·여) 씨를 때렸다'고 진술했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제주CBS 취재 결과 유 씨는 제주시 연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술을 마시면 상습적으로 오 씨에게 폭력을 휘둘러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26일에는 폭행 장면을 본 인근 주민이 신고해 유 씨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동거녀 오 씨가 폭행을 당한 것이 처음이라고 진술했고 형사처벌이나 임시조치를 원하지 않아 일반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후 모니터링 차원에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1차례씩 상담을 진행했고 유 씨는 알콜의존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유 씨의 경우 지난 2월 말부터 한 달여간 제주시내 모 정신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가장 최근까지 상담을 진행한건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3일.
당시 상담을 진행한 경찰은 "평소 식당에서 지내다 원룸을 구해 두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보였다"며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 씨와 오 씨가 함께 일했던 제주시 연동의 식당. (사진=문준영 기자)
◇ 막을 수 있었던 죽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아유 씨와 오 씨의 제주시 연동 모 오피스텔 인근에 사는 B 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4일 오전 이들을 목격했다.
B 씨는 "유 씨가 오 씨를 때리려 손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C 씨도 "유 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길가에서 오 씨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평소에도 폭행이 잦아 언젠간 이런 일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상황실에 신고 기록을 문의한 결과 지난 4일 오전 4시부터 낮 12시까지 사건 발생 인근에서의 신고 기록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오 씨의 지인 D 씨는 "유 씨의 폭행을 피해 오 씨가 도망다니는 일이 빈번했다"며 "유 씨가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고 흉기로 상인들과 행인들을 위협하는 일도 잦았다"고 전했다.
한편 유 씨는 지난 4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연동의 A 오피스텔에서 동거녀 오 모(44)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5일 경찰에 구속됐다.
유 씨는 오 씨가 깨어나지 않는다며 스스로 119에 신고했고 온몸에 피멍이 든 채 병원으로 옮겨진 오 씨는 4일 저녁 7시 10분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