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난민팀 선수들. 총 10명으로 이뤄졌다. 사진=유엔 난민기구 제공
#1. 시리아 난민 소녀 유스라 마디니(18)는 난민 20여 명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는 중이었다. 하지만 출발 30여 분 만에 보트 모터가 고장났다. 보트는 바다 한가운데 멈춰 섰고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승객들의 눈빛은 절망과 공포로 가득했다. 2012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시리아 대표로 출전했던 유스라는 역시 수영선수인 언니 사라와 함께 가차없이 물 속으로 들어가 보트를 해안가로 밀어냈다. 유스라 자매의 헌신 덕분에 난민들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안착했다. 유스라는 "승객 중 한 사람이라도 익사했다면 정말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유스라는 독일에 거주하면서 베를린의 한 수영클럽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 여자 수영 200m 자유형 출전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유스라는 "고통 뒤에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는 고요한 날들이 온다는 것을 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시리아 난민 청년 라미 아니스(25)는 14살 때부터 고향 알레포에서 정식으로 수영훈련을 받았다. 수영선수로 활약한 삼촌의 열정적인 가르침 덕분에 라미는 일찌감치 수영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알레포에서는 폭격과 납치가 빈발했다. 부모는 라미를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에 태웠다. 이스탄불에서는 라미의 형이 유학 중이었다. "알레포를 떠나올 때 제 가방에는 재킷 두 벌, 티셔츠 두 벌, 바지 두 벌이 전부였어요. 몇 달 동안 터키에 있다가 시리아로 돌아갈 생각이었죠."
몇 달은 몇 년이 됐다. 라미는 이스탄불의 스포츠클럽에서 수영기술을 연마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국적이 터키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영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수영선수로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싶었던 라미는 고무보트를 타고 그리스 사모스섬에 발을 디딘 후 벨기에 겐트에 정착했다.
라미는 겐트의 한 수영클럽에서 1주일에 7번씩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리우 올림픽 남자 수영 100m 배영에 출전하는 그는 "내가 가진 에너지로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거라 확신한다. 올림픽에서 뛰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근사하다"고 했다.
2016 리우 올림픽(8월 5~21일)에는 10명의 난민 선수로 구성된 난민 대표팀(Refugee team)이 처음 출전한다.
IOC는 지난 3일(현지시간) 난민 대표팀에서 뛰게 될 1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시리아 2명(수영), 콩고민주공화국 2명(유도), 에티오피아 1명(마라톤), 남수단 5명(육상)으로 구성됐다.
난민 대표팀은 개막식에서 개최국 브라질 바로 앞에서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다. 수상자가 나오면 올림픽 가(歌)를 튼다. 난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올림픽 드라마'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