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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자녀 등교부터 빵셔틀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상대로 한 도를 넘는 갑질을 한 의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전국 병·의원 1070여 곳의 의사 등에게 45억원 상당의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로(의료법 위반 등) Y제약 임직원 161명을 포함해 의사 292명과 병원 사무장 38명 등 총 491명을 형사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Y제약 총괄상무 박 모씨(53)와 개인병원 원장 임 모씨(50)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Y제약으로부터 94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그는 병원 원장실이나 인근 주차장 등에서 직접 현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영업사원에게 이른바 '감성영업' 활동을 요구했다.
임 씨 출퇴근 픽업은 기본이고 임씨 자녀들의 등하교 동반, 개인차량 정비, 조식 배달, 휴대전화 개통, 병원 시설물 관리 등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맡긴 것.
경찰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의사를 상대로 거의 노예 수준의 영업활동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Y제약의 수법은 다양했다.
리서치 대행업체를 이용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리서치 비용을 담당의사 개인명의 계좌와 Y제약 임직원 계좌 등으로 이체했다.
이 업체에 대해 경찰은 Y제약이 리베이트 자금 마련을 위해 명목상으로 설립한 회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Y제약은 법인카드를 이용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상품권과 물품 등을 구매한 후, 이를 되파는 방식도 활용했다.
이렇게 마련한 리베이트 자금으로 Y제약은 전국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자사의 의약품을 2~18개월 동안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구두 약정하고, 처방금액 대비 5~750%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제공했다.
일부는 병·의원들이 거래하는 도매상을 찾아 외상이나 잔금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실제로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적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전주 J 병원 이사장이 18억여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P 제약사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8월 전국 각지 의사에게 총 56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부가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한 이후 불법적인 관행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본 셈이다.
이에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