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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화 풀어달라, 곱등이 잡아달라…119도 황당해"

사회 일반

    "남친 화 풀어달라, 곱등이 잡아달라…119도 황당해"

    "이젠 구급차 필요없네요" 119 황당 전화 속 눈물 사연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양우 (인천 소방본부 소방장)

    '살려주세요. 우리 아들이 마돈나가 됐어요' '경기도 지역에 김정일이 출몰했다고…' '이름이 뭐에요? 김낚시입니다. 낚였다.'

    '우리 아들이 마돈나가 됐어요. 살려주세요.' 이런 전화가 119에 걸려왔다면? 안 믿기시죠? 그런데요. 이 119상황실에 황당 신고 전화는 여전히 근절이 안 되고 있답니다.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년 간의 신고 전화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61%가 적절하지 않은 신고였답니다. 오죽하면 가장 황당한 신고 '베스트 10'을 선정했다는데 오늘 화재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인천소방본부 119종합방제센터의 김양우 소방장입니다. 김 소방장 안녕하세요?

    ◆ 김양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황당신고 베스트 10? 이걸 어떻게 선정하신 겁니까?

    ◆ 김양우> 저희들끼리 어떤 게 가장 황당했는지 뽑게 된 거죠.

    ◇ 김현정> 가요톱10도 아니고 (웃음) 시간관계상 황당신고 톱10 중에 다 소개는 힘들 것 같고요. 베스트 3위는 뭡니까? 어떤 케이스였어요?

    ◆ 김양우> 3위는 영화배우 안성기 씨 아시죠? 안성기 씨 바꿔달라고, 얼른 바꿔달라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얘기예요? 소방서에 전화걸어서 안성기 씨를 바꿔달라니요?

    ◆ 김양우> 이것도 정말 좀 당혹스러운 거죠. 아무 내용이 없습니다, 그냥 바꿔달라.

    ◇ 김현정> 거두절미하고 안성기 씨 바꾸달라? 그러면 2위는 뭡니까?

    ◆ 김양우> 2위는 저희가 이송을 해 드린 분인데 MRI 찍고 뭐 하고 뭐 했더니 병원비가 50만 원이 나왔다. 119에서 10만 원만 좀 보태달라, 너무 많이 나왔다, 그런 경우도 있었고요.

    ◇ 김현정> 병원비 보태달라? 이거는 좀 웃기면서도 씁쓸한, 웃픈 사연이네요.

    ◆ 김양우> 네.

    119 종합방제센터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 김현정> 그러면 대망의 1위는 어떤 내용입니까?

    ◆ 김양우> 1위는 이건 종종 있는 일입니다. 남자친구한테 전화 한 통 해 달라고 한 경우인데요.

    ◇ 김현정> 왜요?

    ◆ 김양우> 안 받는 거죠. 남자친구랑 싸우거나 이래서 남자친구가 전화를 거부를 하니까, 발신 전화갈 때 저희가 걸면 119가 찍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여자친구 번호가 아니고 119다 보니까 어떤 긴급상황인 줄 알고 혹시 받을까 해서 그러면 연락이 되지 않을까 부탁하는 경우가 있었고요.

    ◇ 김현정> 이게 진짜 있는 일이에요?

    ◆ 김양우> 네, 진짜로 있는 일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 황당전화가 오면 어떻게 대처를 하세요?

    ◆ 김양우> 그분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정말 급하니까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볼 때는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냥 간단히 안내를 해 드리고 있고요.

    ◇ 김현정> 또 어떤 전화들이 그렇게 119로 걸려오나요?

    ◆ 김양우> 가장 많은 건…. 벌레 같은 거. 바퀴벌레, 쥐 같은 거 잡아달라고 한 경우가 정말 많고요. 한참 예전에 인터넷상에서 곱등이라고 화제였는데,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 김현정> 네, 들어본 적 있어요.

    ◆ 김양우> 인터넷상에 그게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곱등이 잡아달라는 전화가 많이왔었고요.

    ◇ 김현정> 이런 황당 전화들…. 하루에 이런 전화들이 신고 접수 중에 몇 건이나 들어오는 겁니까?

    ◆ 김양우> 대부분 절반 정도가 출동이 필요 없는 단순 안내전화죠.

    ◇ 김현정> 그러니까 '벌레 잡아주세요.' 이런 건 사실 장난전화라기보다는 몰라서 전화를 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까처럼 '안성기 씨 바꿔주세요. 우리 아들이 마돈나가 됐어요.' 이런 장난전화 같은 경우에는 벌을 줄 수는 없나요?

    ◆ 김양우> 그렇죠. 예들 들어서, 정말 악의적인 전화 중 하나가 있는데요. 어떤 경우가 있었냐면 다리가 잘려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고 구급차를 요청을 하셨는데요. 그래서 저희 대원이 도착을 해 보니까 아이스 바 있죠? 붉은 색깔 도는 아이스 바. 그게 흘러내려가지고, 붉은색 아이스크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거를 손에 쥐고 계셨고요. 이런 게 좀 악의적인 거죠.

    ◇ 김현정> 악의적이네요. 누가봐도 장난전화네요.

    ◆ 김양우> 이런 경우에 저희가 허위 신고로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할 수가 있게 되어 있는데요. 사실상 현장에 간 대원들이 거기서 과태료 부과용지를 작성하고 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리고 그 건 말고도 새로운 긴급 출동건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그게 더 급한 일이니까요.

    김양우 소방장.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 김현정> 현실적으로는 거기에서 과태료 용지를 끊는 게 쉽지 않다는 말씀이에요.

    ◆ 김양우> 그렇죠.

    ◇ 김현정> 참 속 상하네요. 황당하니까 웃음은 나고 그러면서도 정말 속이 상한데요. 반대로 그 많은 전화들 응대하시다 보면 조금 가슴 찡한 기억에 남는 신고자도 더러 있습니까?

    ◆ 김양우> 매번 전화하시는 어머님이 계셨어요. 전화하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항상 구급차 요청을 했던 분인데요.

    ◇ 김현정> 가족 중에 누가 편찮으셔서요?

    ◆ 김양우> 네. 또 전화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또 구급차 필요하신가보다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전화할 일이 없다. 고마웠다, 정말 고마웠다. 우리 대원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일까요?

    ◆ 김양우> 아이가 희귀질병이 있었는데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대원들한테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씀하시는데…. 아직도 가슴이 찡하네요.

    ◇ 김현정> 늘상 '우리 아기 응급실 가야 돼요' 하고 전화하던 그분이 고맙습니다, 그동안…. 감사 전화. 정말 이런 응급상황에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장난전화는 절대 안 됩니다.

    ◆ 김양우> 그렇죠.

    ◇ 김현정> 김 소방장님, 마지막으로 119 버튼 세 개 누르기 전에 이것만은 반드시 명심해 달라. 한 말씀 남기시죠.

    ◆ 김양우> 119는 진짜 긴급신고 전화입니다. 정말로 긴급한 분들이 이용하시는 전화이기 때문에 긴급하지 않은 신고는 조금 더 알아보시고 필요한 곳에 도움을 요청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래야 정말 필요하신 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우리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한번쯤 생각을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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