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8일(현지시간) 뉴욕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8일 낮 12시 30분 예정됐던 회동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 전 총리 측이 면담을 완전 비공개로 요구했다가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아예 면담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와 함께 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재단 관계자도 이를 확인해줬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면담은 비공개로 추진했으나 면담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면담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하는 등 당초 만남의 성격이 변화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에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전 총리측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전 총리가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데다 면담을 누가 먼저 요청했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성격상 맞지 않는다"며 반 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반 총장측 인사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누가 먼저 면담을 요청했느냐와 관련해 이 전 총리는 "우리가 미국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반 총장이 '차 한잔하자'고 연락해 와 차나 한잔하는 자리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는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재단 관계자도 "이 전 총리가 뉴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엔 대표부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제안해옴에 따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반 총장이 이 전 총리와의 만남을 통해 참여정부 인사들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만남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총장이 먼저 만남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