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이 터진지 8개월이 지났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리콜(결함 시정)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기다리다 지친 폭스바겐 고객들이 리콜 대신 환불 명령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폭스바겐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EA189 엔진 장착 폭스바겐 차량을 소유한 고객들을 대리해 환경부에 리콜 협의를 중단하고 환불 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9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 50조 7항에 따라 자동차 교체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현재는 해당 차량의 생산이 중단돼 교체할 차량이 없는 만큼 그 대신 환불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고객들이 환불 명령을 청원하기에 이른 데는 앞으로 상당기간 리콜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리콜 계획서에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 설정’ 문구의 삽입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반면 환경부는 조작 사실을 적시·인정하지 않으면 리콜 절차를 한 발짝도 진행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에서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난 폭스바겐 15개 차종에 대해 독일 정부도 아직 리콜 계획을 승인하지 않은 만큼 폭스바겐 측의 리콜 계획을 성급히 받아줄 필요가 없고, 폭스바겐이 조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도록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환경부의 압박에도 폭스바겐측이 임의조작 사실의 공식적 인정을 회피함에 따라 리콜은 상당기간 이뤄지기가 어렵고, 설령 리콜계획서가 승인되더라도 리콜 조치 이행에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12만 5천여대의 폭스바겐 차량이 지난 8개월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도로에 그냥 방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바로 폭스바겐 고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 사태가 작년 9월 시작돼 9개월이 다 돼 가는데도 리콜 방안 마련이 안 됐으면 더는 제출기한을 연장할 게 아니라 미국 정부처럼 리콜 불능을 선언하고 즉시 환불 명령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폭스바겐 차량을 소유한 50만 명에 대해 '폭스바겐측의 재매입'과 '리콜' 중 유리한 쪽을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이와는 별도로 기존 폭스바겐 차량 보유자들에게 총 10억 달러(약 1조 1830억원), 차량 한 대당 1700달러(약 210만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폭스바겐측이 미국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임의조작의 인정 회피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 고객들을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환경부의 리콜 계획서 불승인 조치 등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정리해 9일쯤 밝힐 예정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