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고용 대책인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실체가 드러났지만, 기존 고용보험 제도를 확장한 수준에 그쳐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대책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이번 달 안으로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 평택은 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으로, 경남 통영은 2013년 중형 조선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각각 1년, 2년씩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적은 있지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조선해양플랜트산업협회에서 특별업종 지정을 요청하며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말까지 5만 6000명~6만 3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대한 (이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의 핵심은 조선소에 지원금을 확대해 고용을 유지하고,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와 재취업 훈련을 제공하는 두 가지 대책으로 나눌 수 있다.
사업주는 정부로부터 해당 수당(평균임금 70%)의 3분의 2를 근로자 1명, 하루당 최대 4만 3000원까지 최대 180일까지 지원받는 대신 지원이 끝난 뒤 한 달이 될 때까지 해당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
실업 노동자에게는 90~240일간 주어지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120~270일로 확대되고, 각종 재취업 교육 특혜가 주어진다.
정부로서는 기존 고용유지·실업대책 제도의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내놓은 셈이지만, 노동계는 "기존 제도 우려먹기 수준이어서 맹점까지 그대로 답습했다"며 실망스러운 눈치다.
가장 위급한 문제는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로는 조선업 구조조정발(發) 실업사태의 최대 희생자가 될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물량팀 규모에 대해 2014년 기준 약 1만 4000명, 전체 조선업종의 11%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는데,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실업자 대책 대상에 포함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정부도 이달 9일부터 오는 9월 8일까지 3개월 동안 사업주가 보험 미가입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과태료 부과를 면제하고, 원청·1차 하청업체를 통해 피보험자격을 확인하도록 홍보하기로 했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실직자도 임금을 받고 일한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모아 고용센터에 제출하면 피보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 비정규직 구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원청업체가 '을 중의 을' 비정규직 노동자 구제에 적극 나서지 않거나, 인력업체 폐업 후 사업주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단순히 노동부 차원의 기존 고용보험 제도 확대 대책에 머물러 실업자만 양산하는 대신, 정부가 공공사업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적극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17년까지 조선소의 수주 물량이 남은 가운데 2018년 무렵 조선업 호황을 기대하는 전망이 제기되고, 각 조선소의 경쟁력도 충분한만큼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애초에 물량이 줄 때마다 손쉽게 하청 노동자를 해고하는 방식을 뜯어고치기 위해 원청 조선소에 고용안정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 조선업 하청노동자 노조들도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을 전제로 하는 대책보다 조선소 재벌과 원청 사업주에게 고용안정기금 조성을 촉구하고 인적자원에 투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고용안정을 촉구했다.
이같은 방안들에 대해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당사자들의 고용유지 요구를 무시하고 인원감축을 전제로 한 고용대책은 의미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당장 민관합동조사단에 노동계를 대표할 전문가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국회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