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한 부산기업 수출상담회 모습 (사진=강동수 기자)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이 조선·해운업 불황 탈출을 위한 해법으로 미개척지 인도와 이란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이 역시 공략이 쉽지는 않다.
지난달 25일부터 6월 2일까지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인도와 이란 시정세일즈에 나섰던 부산시 대표단은 여러번 난관에 부딪혔다.
출국 전에 이미 확정했던 현지 기관장과의 면담이 별다른 이유 없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른 것이다.
현지에서 수출 계약이나 MOU 체결 일정을 잡고 시 대표단과 동행했던 부산 기업들 역시 느닷없이 서류 수정을 요구하는 현지 기관·기업의 변심(?)에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우여 곡절 끝에 상황을 매듭짓긴 했지만, 이 정도는 폐쇄적이고 정부 통제가 심한 신흥시장에서는 일상적으로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현지 진출을 추진 중인 기업인 A 씨는 "아직 개방이 안된 상황이다보니 정보 흐름이 대단히 제한적"이라며 "한국에만 있으면 모르는 일이 굉장히 많고, 한국에서 전화나 이메일로 확인했거나 조치한 것도 막상 현지에 와서 보면 상황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다른 기업인 B 씨는 "아무래도 법치주의나 자본주의 관행이 정착되지 않고 정부주도· 관주도 관행이 많다보니 기업에서 상거래 절차에 따라 계약을 했다하더라도 관에서 인정을 안할 수도 있고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이런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와 이란 반다르 아바스간 우호협력도시 MOU 체결식 (사진=강동수 기자)
열악한 인프라와 종교적·사회적 관습이 크게 다른 낯선 환경, UN 경제 제재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금융 거래나 달러 거래가 불가능하고 현지 체류시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이들 지역에서 기업 활동을 하기란 녹록치 않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도 해당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이곳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방관할 수도 없는 미개척시장.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기업성장의 동력을 얻기 위해 반드시 뚫어야 할 시장이라는 평가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파나시아' 이수태 회장은 "아직 개혁개방이 미진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더 많이 있다. 잘만하면 오히려 더 많은 독점적 지위를 기대할 수 있고, 초기 시장은 반드시 힘든 도전의 과정을 겪어야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의 도전 정신과 함께 수출 리스크를 덜기 위한 정부와 국책은행의 지원이 보다 현실성 있게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인지도가 낮은 부산기업의 진출을 위해서는 지방 정부인 부산시의 역할 분담 요구도 잇따른다.
이란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기업인 C씨는 "이란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에서 한 달에 한번씩이라도 부산시가 무역사절단을 파견해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지원해줬으면 한다"며 부산시의 시정세일즈가 지역 기업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매도시나 우호협력도시 체결 등 도시외교를 통한 공중지원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자신들을 만만한 수출 대상 정도로 봐서는 안된다는 현지 시장의 경고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산업광물부 차관겸 IDRO회장은 부산시 경제사절단과의 면담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란을 단순한 수출 무역 시장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외국 기업들에 조인트벤쳐 형태가 아니면 이란에서 활동할 수 없다고 못박았고, 이는 한국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제품력과 기술력에 더해 장기적인 시장전략과 투자, 인맥을 쌓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이 인도와 이란, 두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