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초강경 제재 법안이 다시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애초 회계법인 대표의 자격박탈 제재가 가능토록 하는 법안은 지난 3월 규개위 심사 때 과잉규제라는 이유로 철회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계기로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와 도덕적 해이를 지탄하는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금융위가 내용 일부를 수정 상정했고 규개위가 이를 승인했다.
원래 법안은 모든 부실감사에 대해 대표이사를 제재하는 내용이었으나 다시 만든 개정안은 대표이사가 품질관리 소홀로 중대한 부실감사가 이뤄진 경우 등으로 제재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회계조작 기업을 감사하고도 정상기업이라고 판정하는 등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를 제재할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제재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하는 등 대규모 부실감사가 발생한 경우 해당 회계법인 대표가 감사 품질관리에 소홀한 점이 인정되면 최고 자격등록 취소 제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회계법인들의 저가 수임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 감사에 적정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지 못해 생기는 부실감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현장 감사 담당자에게만 묻고 있다.
이 때문에 저가 수임이나 감사인력의 과소 투입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제재안은 대표이사가 회계법인의 전반적인 감사품질 관리에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감사업무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회계업계에서는 법인 대표가 일일이 모든 감사업무를 챙기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법인 대표는 법인의 감사인력 투입 규모를 결정하고 전반적인 보고를 받으면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업의 방만경영이 드러났을 때 기업 대표가 책임지는 것처럼 회계법인 대표도 부실감사가 벌어졌다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