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대한 과거 검찰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세포탈 혐의가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롯데쇼핑 내부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2015년 3월 19일 CBS “전방위 사정 검찰, 롯데도 수사 중”)
검찰은 당시 계좌추적영장을 발부받아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계좌내역을 확인했으며 지난해 초에는 롯데쇼핑 임직원들을 불러 조사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사에서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개인통장에 법인자금이 분산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과 같은 유통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한다.
당시 롯데 측은 대외적으로는 “신입사원 면접 때 쓰일 교통비 등을 현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법인통장에서 개인통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롯데쇼핑 산하에는 그룹의 두뇌에 해당하는 정책본부가 있다. 70여개 계열사의 재무와 투자를 조정하는 등 그룹을 사실상 총괄하는 부서이다.
정책본부장인 이인원 부회장과 운영실장인 황각규 사장, 커뮤니케이션 실장 겸 대외협력단장인 소진세 사장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0일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롯데쇼핑과 정책본부 소속 임직원을 소환해 계열사 간 거래대금 부풀리기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조사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2014∼2015년 수사한 사건은 국세청이 2013년 롯데쇼핑에 대해 벌인 세무조사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13년 역외탈세 의혹과 분식회계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며 롯데쇼핑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해외법인 등을 통한 역외탈세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고 600억원을 추징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사주 일가를 겨냥한 만큼 횡령과 배임 외에 탈세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비리 첩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역외탈세를 통해 빼돌린 돈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금고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로부터 시작해 검찰 수사로 예열을 마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가 뛰어들면서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확산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