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실시한 국회 개원연설은 '87년 헌정' 수립 이후 8번째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해 역대 대통령들의 개원연설에서는 당대 정치현안 등 시대상이 드러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8년 5월30일(13대 국회)과 92년 6월29일(14대 국회) 두차례 개원연설을 했다. 88년 연설에서는 서울올림픽 개최성공, 법질서 확립, 화해의 정치 등이 강조됐다. 92년 연설에는 차분한 대선 준비, 지자체장 선거연기 사과 등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 집권기 5공 청산, 범죄와의 전쟁, 지방자치제 본격화 등이 상기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6년 7월8일(15대 국회),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5일(16대 국회)의 개원식에 참석해 각각 연설했다. '세계화' 기치를 내걸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변화와 개혁은 21세기를 개척하는 시대정신"이라고 역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일 대비라는 역사적 소명을 받들 때가 왔다"면서 열흘 뒤 자신이 행할 사상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들은 '거물 정치인' 출신답게 후배 국회의원들에게 당부도 내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화·타협의 정치 등 '큰 정치'를 요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겠다"면서 협력을 주문했는데, 이 당시도 20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2004년 6월7일(17대 국회) 개원연설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패청산·정부혁신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과장된 경제위기론'의 개혁저지 시도를 비판했다. 언론개혁, 정치개혁 등이 당시 역점과제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11일(18대 국회), 2012년 7월2일(19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했다.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2012년에는 "북한인권 문제가 시급하다"고 연설에서 밝혔다.
역대 대통령 개원연설에서는 대체로 집권당 소속 의원들이 연설 중간 열렬한 박수세례를 보내고, 야당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 게 공통적이다.
15대 국회 개원연설 때는 여당의 '야당 당선자 빼가기' 항의 차원으로 야당의원들이 연설 중인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는 방식의 시위를 벌였다. 16대 국회 개원연설 때는 야당 대표가 '야당을 존중하겠다'는 대목에서만 한차례 박수치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4대 국회 때는 '지자체장 선거 연기' 문제, 18대 국회 때는 '쇠고기 파동' 문제가 정치쟁점화하면서 개원식 자체가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최악의 푸대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19대 국회 개원연설 때 나왔다. 이때는 연설 도중 단 한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이 친형 이상득 의원의 비리,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 따라 여당 의원들조차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개원연설은 1958년 4대 국회 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최초였다.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가 81년 11대 국회부터 모든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