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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롯데건설, 과거부터 이미 '비자금 창구'

    14년 前 공사대금 부풀려 비자금 조성, 불법정치자금 전달

    (사진=황진환 기자)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건설이 하청업체와의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롯데건설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롯데건설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나 하청업체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특히 검찰은 롯데건설이 과거에도 하청업체와 허위 공사계약을 체결한 뒤 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중 일부를 금품 로비에 사용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 2002~2003년 당시 임승남(78) 롯데건설 사장은 회사 자금 43억여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 등으로 기소돼 2004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당시 롯데건설 임원들은 임 사장 등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할 하청업체를 물색했다.

    롯데건설은 자사가 시공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건설업체 N사와 공사계약을 맺으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자재를 포함시키는 수법으로 공사대금을 부풀린 뒤 나중에 2억원을 돌려 받았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돌려 받은 돈을 재건축 조합 관계자나 부동산 중개업자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회사 자금에 편입시키지 않은 채 보관했다.

    롯데건설이 2002년 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31개 하청업체로부터 빼돌린 돈은 43억 6000여만원에 달했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가운데 일부는 지난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시 롯데건설 임원 2명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26층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하던 김성회(73) 비서실장을 만나 현금 10억원을 전달한 것이었다. 이 돈은 신동인(70) 당시 롯데쇼핑 사장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 흘러들어갔다.

    롯데건설은 비자금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법인세를 허위로 신고하고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등의 치밀함까지 보였다.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수십억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꾸며 결과적으로 법인세 6억여원을 포탈했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공시했다.

    재판부는 임씨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공소제기 후 세금포탈액을 모두 완납하고, 신격호 회장이 정치권에 전달된 비자금 10억원을 롯데건설에 다시 입금해 10억원을 반환했다"며 양형 참작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기획·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신동인 사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약 2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2004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임 사장과 신 사장은 모두 2005년 특별사면됐다.

    한편, 검찰은 신 총괄회장을 24년 간 측근에서 보좌하다 지난해 사직한 김성회 비서실장(전무)을 지난 15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과거 롯데건설의 비자금 전달에 관여했던 만큼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실마리를 풀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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