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그룹의 핵심부서인 정책본부 소속 전현직 임원을 불러 그룹 내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낸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과 정책본부 지원실장인 이봉철 부사장을 전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그룹 정책본부가 계열사 사이의 자산거래와 해외거래, 사주 일가 재산관리 등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채정병 사장 등 정책본부 소속 임직원 5∼6명을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채 사장과 이 부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그룹 내에서 조성된 자금은 신 총괄회장 부장에게 넘어갔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매년 계열사로부터 전달받은 300억여원의 성격을 물었으나 채 사장 등은 "배당과 급여 등"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100억여원과 200억여원을 매년 계열사들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급여와 배당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사주 일가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돈의 조성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롯데케미칼이 원료물질을 거래하는 과정에 일본롯데물산을 중간에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긴 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롯데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회신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면서 사실상 일본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롯데의 특성상 일본 지주회사와 국내회사의 관계, 국내회사에 대한 투자 현황에 대한 자료를 수시로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검찰은 롯데의 지배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제기된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 측 롯데에 필요한 자료가 많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책본부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이미 지난 4월에 소속 임직원들의 컴퓨터 저장장치가 대부분 파괴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 측은 "3월 이후부터 검찰 수사설이 돌아 컴퓨터 저장장치를 파괴했다"는 취지로 경위를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직원이 총수의 범죄와 관련해 자료를 파기하면 범죄에 해당한다"며 "정도가 심한 경우 B사 이모 대표처럼 처벌이 불가피하가"고 거듭 경고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 된 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B사가 증거를 인멸하자 B사 대표 이씨를 지난 11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