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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거절했던 외국출판사들 지금 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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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 거절했던 외국출판사들 지금 울고 있어요"

    • 2016-06-17 19:59

    미국 출판 에이전시 바버라 지트워, 서울국제도서전 포럼 참석

     

    "10년 전 '채식주의자'(지금과 다른 번역본)를 영국과 미국 출판사들에 소개했을 때 모든 출판사가 거절했습니다. 지금은 그들이 후회하면서 울고 있어요. '그때 네 말을 들을 걸 그랬다'고요(웃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판권을 세계시장에 판매한 출판 에이전시 바버라 지트워는 17일 오후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글로벌 출판시장에서의 한국문학' 포럼에 참석해 미국 출판계의 최근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소규모 문학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지트워는 10년 전 한강 작가의 한국 에이전시인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에게서 '채식주의자'를 받아 읽어보고 금세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번역된 내용을 해외 출판 관계자들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지트워는 "이때부터 번역 분야에서 나의 참된 배움의 과정이 시작됐고, 작품을 제안할 때 최고의 번역 작품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됐다. 미흡한 번역본을 편집자에게 전달하기보다 차라리 이 작품을 내가 직접 설명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걸 배웠다"고 떠올렸다.

    그러다 데버러 스미스가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 자신의 번역본 일부를 보냈고 편집자가 큰 관심을 보이면서 지트워가 판권을 팔게 됐다. 지트워는 스미스의 번역본을 다시 해외 출판사들에 돌려 잇따라 계약을 성사시켰고 올해 2월 미국에서도 출간됐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맨부커 수상 이전에도 상업적인 성공은 아니었지만 많은 팬이 있었다. 그러다 이번 수상으로 큰 뉴스가 되면서 붐을 일으켰고 최근 미국에서 비평이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내년 2월 출간되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미국 출판사는 한강을 초청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스미스의 번역이 좋았다는 점 외에도 그동안 해외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저변이 두터워진 것이 '채식주의자'의 해외 진출과 수상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2011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신경숙의 성공 이후 적극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한국의 다양한 문학작품이 소개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김영하의 '빛의 제국',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등 많은 작품의 판권을 해외에 판매해 출간시켰다. 또 편혜영의 '홀'과 '재와 빨강'도 올해 말과 내년 미국에서 출간한다.

    그는 "공지영, 황선미, 편혜영, 정유정, 김연수, 한강, 신경숙 등 작가들이 모스크바에서 마다가스카르에 이르기까지 편집자와 독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더는 '생경한 외국 작가'로 간주되지 않고 '국제적'(internationa)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한국문학을 1960년대 세계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 영화에 비유해 '한국의 새로운 물결'(Korean new wave)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년에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작품으로 북한 작가가 쓴 '고발'(The Accusation)을 꼽았다. 이 책은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인 '반디'(필명)가 배고픔과 체제 모순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집으로, 한 비정부기구를 통해 북한 밖으로 반출돼 한국과 해외 몇몇 국가에서 올해 출간됐다. 미국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간 예정이다.

    지트워는 "원래 한국의 분단상황에 관심이 많았는데, 미국에서 김정일을 풍자한 영화 '인터뷰'와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한다는 뉴스 등을 보면서 출간을 결심했다. 이 작품은 문학성이 매우 뛰어난 '걸작'이면서 상업적인 가치도 크다"고 했다.

    이날 신경숙에 대해 여러 찬사를 보낸 그는 '표절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소 흥분하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저는 그를 표절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5개 문장 정도를 일본 작품에서 따온 걸 얘기하는데, 어린 시절의 단순한 실수일 뿐이죠. 미국에서는 이런 일로 비난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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