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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교과서 정보청구 238일 '껍데기만 내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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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국정교과서 정보청구 238일 '껍데기만 내준 정부'

    ① 국정교과서 예비비 정보공개 첫 입수…교육부, 대학생 238일간 농락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 시위. (사진=자료사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하다며 44억 원의 긴급 예비비를 편성한 정부가 대학원생이 낸 정보공개 청구를 238일이나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공개한 정보도 알맹이는 없는 것이어서 대학원생을 농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26·제주시) 씨는 대학원생이던 지난해 10월 21일 교육부에 예비비 44억 원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부가 일주일전(2015년 10월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국정교과서 제작예산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시작하며 국회의 사전동의가 필요없는 예비비로 편성한 것은 국회심의를 비껴가기 위한 꼼수'라고 야당이 반발하던 시기다.

    ◇ 교육부, 대학원생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 처분

    교육부가 비공개 처분을 내린 건 지난해 11월 4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에 따라 국정교과서 제작 예산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이틀 뒤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답변은 이후 들을 수 없었다.

    통보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전화에 교육부 직원간 업무 떠넘기기만 이어질 뿐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시위. (사진=자료사진)

     

    A 씨는 급기야 교육부의 비공개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지난해 12월 21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를 내기에 이르렀다.

    예비비 44억 원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할 경우 어떤 업무에 지장을 주는지 분명하지도 않은데 교육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 교육부, 행정심판위원회 자료제출 요청도 거부

    행정심판위원회까지 갔지만 교육부의 시간끌기는 계속됐다.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 담당자는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하려면 국정교과서 예비비 사용내역을 살펴봐야 하지만 교육부는 행정심판위원회에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정심판위의 최종 결정은 올해 3월 30일까지 3차례나 연장됐다. 이후에는 진행과정 조차 A 씨에게 통보되지 않았다.

    ◇ 교육부, 238일만에 예비비 44억 신청 내역 공개

    버티기로 일관하던 교육부가 지난 14일 갑자기 A 씨에게 정보공개용 자료라며 관련 내용을 메일로 보냈다.

    무려 238일만에 형식상 정보공개에 응한 셈이다.

    '2015년도 일반회계 세출예산 일반예비비 사용신청'과 '2015년도 일반회계 일반 예비비 배정 안내' 등 2개의 공문서를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교육부가 A 씨에게 공개한 국정교과서 예비비 44억 신청내역. (사진=교육부 공개 문서)

     

    교육부 공개 문서에 따르면 예비비의 규모는 총 43억8780만원이었다. 교과서 개발·보급 사업비 명목이었다.

    예비비는 크게 ▲교과서 개발비와 ▲홍보비 ▲자산취득비 ▲연구개발비 ▲일반수용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 7개 항목으로 구분됐다.

    먼저 교과서 개발비는 모두 17억1000만원이 편성됐다. 세부적으로 중학교 역사⓵이 3억6000만원, 중학교 역사⓶가 2억8000만원, 중학교 역사 교사용 지도서가 6억4000만원, 고등학교 한국사가 4억3000만원이다.

    ◇ 국정교과서 예비비 43억 원중 23억 원이 신문·방송 광고비

    전체 예비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홍보비는 25억 원이 책정됐다. 리플릿 제작과 보급이 8000만원, 웹툰 제작 등이 7000만원이었고 특히 방송광고비가 18억5000만원, 신문광고비가 5억 원을 차지했다. 무려 23억 5000만원이 방송·신문 광고비로 신청된 것이다.

    자산취득비는 PC와 복합기, 사무실 비품 등으로 3700만원이 편성됐고 연구개발비는 5000만원이었다.

    일반수용비는 회의자료 인쇄와 청소용역, 통신공사, 가구배치 공사 등으로 6900만원이 책정됐고 여비는 업무협의를 위한 국내여비 명목으로 1300만원이 편성됐다.

    마지막으로 업무추진비는 회의운영비 등으로 880만원이 신청됐다.

    ◇ 어느 언론사에 얼마 지원됐는지 구체적인 내역은 빠져

    이처럼 예비비 43억8000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억5000만원이 방송·신문 광고비로 편성됐지만 어느 언론사에 얼마가 집행됐는지, 구체적인 내역은 빠졌다.

    교육부는 A 씨가 청구 당시 '2015.10.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교과서 제작 필요 예산 44억 원의 예비비 편성 목록과 예비비 요청 공문, 문서, 결재 서류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 점을 들며 언론사 광고비 집행 내역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시민단체인 정보공개센터가 제기한 광고비 집행내역 공개요구를 지난 4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인용했음에도 아직까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대학원생의 정보공개 청구를 238일동안 거부한 정부가 뒤늦게 껍데기만 내주면서 대학원생을 농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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