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영화 산업 지원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모두가 부자로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배고파서 영화를 관두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노철환 성균관대 교수의 말이다.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한국 영화계의 현재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보는 포럼이 열렸다.
노 교수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2016 중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프랑스 사례로 본 영화관 위기 극복'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했다.
노철환 교수, '프랑스 사례로 본영화관 위기 극복'. (CGV 제공)
프랑스는 유럽 최대의 영화 강국으로,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영화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독과점·쏠림·빈부 격차 현상이 심한 한국 영화계에게는 롤 모델처럼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연간 관객 수가 2억 명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오히려 최근 3년은 한국이 근소하게 앞선다. 그런데 프랑스와 한국에 대한 평가는 왜 극과 극일까.
노 교수가 밝히 사례 중 인상적인 프랑스 영화계의 특징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봤다. 바로 지원, 교육, 할인이다.
◇ 지원우선 지원금 규모가 차이가 난다. 노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에서 영화에 지원하는 금액이 약 540억 원이다. 프랑스는 9배 정도 많은 4489억 원(3억 325만 유로)이다.
특이한 점은 영화나 비디오(혹은 IPTV 등)뿐만 아니라 TV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는 점인데, 이 비율이 약 77%이다.
노 교수는 "TV에서 영화 콘텐츠를 활용해 돈을 벌기 때문에 당연히 TV도 영화 지원금을 내야 한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논리이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모인 지원금은 ▲제작과 창작(약 40%) ▲배급(약 10%) ▲상영(약 46%) ▲영화보급(약 1%) 등 영화계 다양한 주체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골고루 분배된다.
반면 한국의 2015년 영화발전기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지방 이전 이전비(242억, 31%) ▲제작지원(130억, 16%) ▲투자/출자(100억, 13%) ▲유통지원(95억, 12%) ▲영화제지원(44억, 6%) ▲인적자원(51억, 6%) ▲첨단기술(37억, 5%) 등이다.
노 교수는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데 영화발전기금의 30% 가까이를 쓴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고 꼬집었다.
노철환 교수. (CGV 제공)
◇ 교육두 번째 특징은 교육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영화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한다.
노 교수에 따르면, 교사들이 가르칠 영화는 영화인·문화단체 등 20명 내회로 구성된 '추천 영화 위원회'가 한다.
위원회에서 추천 영화 80편(장단편) 내외를 선정하면, 국가에서 교재를 만들고 교사들을 연수시키며 사전 교육을 한다.
그렇게 교육받은 교사들이 연령대별 학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고, 그 의미나 재미있는 해석 등을 교육한다. 지자체나, 지역 영화인이 직접 교육을 하기도 한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할 경우 일반 관람료의 1/4 수준이라 부담도 없고, 이들이 성인이 돼서 영화를 꾸준히 관람하는 잠재적 고객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이점으로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일 좋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육 때문에라도 학교에서 영화를 TV로 틀어주는 일은 절대 없다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 할인이날 발표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무제한 관람 카드'였다.
프랑스에서 영화계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1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연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가입한 체인에서 영화를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월 17.9~36.8유로(2.3~4.7만 원) 가격이다. 36.8유로의 무제한 카드는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카드로 3D 등의 영화도 관람할 수 있어, 실제 같은 편 수 대비로 계산하면 약 40~50% 가격에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 카드가 생긴 이후 약 1억 5000만 명 수준이던 연간 관객 숫자가 2001년부터 2억 명대에 근접하더니, 2009년부터 2억 명을 돌파하는 급성장을 했다.
노 교수는 "'무제한 관람 카드'로 시간이 많은 젊은 관객이 증가했고, 공짜라는 생각에 부가 상품 구입이 증가하는 효과도 발생했다"며 "팝콘, 젤리, 커피, 사탕, 아이스크림 등 판매가 늘어 극장 수입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두터운 영화광층이 형성되고, 입소문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단순히 카드만 만들어서 된 게 아니라, 극장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 교수는 "카드는 극장이 기획했지만, 다양한 영화 주체가 오랜 기간 회의 끝에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어 국가에서도 이를 인정해,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동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