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의 원장이 공채에 떨어진 사람을 합격시키기 위해 예정에 없던 채용을 단행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해온 정황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는 이러한 내용을 지난 3월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이사장 공석 등의 이유로 3개월째 해당 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 공채 탈락자를 예정도 없던 '위촉연구원'으로23일 감사원 '국가기관 등 기동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IOM이민정책연구원은 지난 2014년 12월 영문에디터를 공개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은 2009년 국제이주기구(IOM)와 한국 정부 간 협정으로 설립된 국제협력기구로 법무부와 경기도, 고양시의 지원을 받는 법무부 산하 이민정책연구 및 교육 기관이다.
채용 담당자는 응시자의 자기소개서와 경력 등을 꼼꼼히 따져 우수한 5명을 선발해 서류전형 합격 추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명단을 확인한 A(61) 원장은 느닷없이 "외국에 오래 거주해 영어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B(26·여) 씨 등 2명을 합격 추천자 명단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후배 연구원으로부터 "B 씨를 잘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 보고서에 기록돼 있어, A 원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B 씨 등 2명은 통역 대학원 석사 학위를 수료하지 못해 응시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
채용 담당자는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했지만, A 원장의 거듭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류전형 합격 추천자 명단에서 누군지 모르는 두 사람이 지워졌고, B씨 등 2명의 이름이 새로 올라갔다.
그럼에도 B 씨가 최종면접에서 2위로 탈락하게 되자, A 원장은 그를 따로 불러 개별면접을 본 뒤 위촉연구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위촉연구원 예산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B 씨를 채용한 연구원은 결국 예산을 부당하게 전용하다 들통이 났고, B 씨는 지난 3월 퇴사했다.
◇ '공채 탈락자 -> 비서 채용 -> 연구원 발령'A 원장의 황당한 인사는 일반 사무원 채용에서도 이어졌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연구원은 대외협력·홍보담당 직원 공개채용 절차에 들어갔고, 최종면접 결과 C(30·여) 씨는 2위로 불합격됐다.
하지만 A 원장은 C 씨를 원장실로 불러 비공개 면접을 진행한 뒤 "C 씨가 외국에 오래 거주해 영어도 잘하고, 외국기관 근무경험도 있다"며 C 씨를 비서업무를 수행할 사무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인사담당자와 부원장은 석사 출신인 C씨의 경력과 비서 업무가 맞지 않고, 이미 사무원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지만, A 원장은 채용을 강행했다.
이어 A 원장은 은밀하게 채용한 C 씨를 곧 연구원으로 발령을 내버렸고, 다시 비서 업무를 수행할 사무원 자리는 공백이 됐다.
◇ 감사 통보 3개월째…진경준 검사장 사임과 A 원장의 연명A 원장의 인사권 남용은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덜미가 잡혔지만, A 원장은 여전히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3월 소관청인 법무부에 A 원장의 비위내용을 통보하면서 그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A 원장의 인사조치를 의결할 IOM이민정책연구원 이사회는 아직도 개최조차 되지 못했다.
이사장을 겸하고 있던 진경준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넥슨 주식 대박' 의혹으로 지난 4월 2일에 사임하면서 한 달 넘게 이사회 소집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
법무부는 "지난달 신임 본부장이 새로 오면서 현안 보고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무행정을 총괄하며 법수호에 앞장서야 할 법무부가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인사권 남용에 대해 3개월여동안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A 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관련 인사담당자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그럼에도 연구원 측은 "감사원 보고서는 A 원장의 주장이 거의 담기지 않은 편파적인 보고서"라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연구원 측은 "B 씨와 C 씨 모두 출중한 이력과 경력이 있어 채용했을 뿐 사적인 관계는 없다"며 "예산을 부당하게 전용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