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김밥집서 치매증상 보이며 쓰러져 긴급 병원 이송"은혜 갚기 위해 광주 찾았다"는 말만 되풀이…운전중 치매 온 듯
지난 20일 오후 9시께 광주 북구의 한 김밥집에 연로한 노인 A(80)씨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이 노인은 주문도 하지 못하고 잠시 횡설수설하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정신 차리세요"라고 김밥집 주인이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웠지만, 그는 치매 걸린 노인처럼 말을 하지도 못했다.
김밥집 주인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할아버지 몸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 곧장 119 구급대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소지품을 확인해 신원과 연고지를 확인하려 했다.
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는 차량 열쇠만 덩그러니 떨어졌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주변으로 뛰쳐나간 광주 북부경찰서 건국지구대 임문택 경위와 장창원 경위는 김밥집 주변에서 운전석 창문이 절반쯤 열린 차량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1천만원권 수표 4장, 5만원권 현금 뭉치 등 모두 4천500만원의 현금이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가족 명의 신용카드로 할아버지의 대구에 거주하는 가족과 연락이 닿은 경찰은 할아버지가 대구에서 이곳까지 200여㎞거리를 홀로 차를 몰고 온 정황을 확인했다.
"4천여만원 무슨 돈일까, 할아버지는 연고도 없는 광주까지 먼 대구에서 달려왔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치매 증상으로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했어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경찰은 이 할아버지가 그 전에는 치매 의심 증상없이 건강한 상태였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대구에서 광주까지 운전해 오던 중 치매 증상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다음날인 21일 대구에서 달려온 며느리와 함께 경찰이 보관중인 현금을 찾으러 지구대를 찾은 할아버지는 온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수십 년 전 광주에서 신세를 진 은인을 찾아 돈을 주기 위해 대구에서 직접 운전해서 왔다"는 말만 수차례 되풀이했다.
80세 노인이 수천만원을 들고 대구에서 광주까지 찾게 한 사연은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그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통 은인은 아닌 것 같다고 짐작만 할 뿐이다.
신속한 조치로 할아버지의 건강을 챙기고, 자칫 도난당할 뻔한 현금을 안전하게 보호한 경찰은 "할아버지가 광주를 찾은 사연이 궁금하긴 하지만, 치매 증상에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보니 안타까웠다"며 "할아버지가 빨리 정신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