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5명의 산재 사망 사고가 일어난 현대중공업이 6번째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사망 사고가 일어나자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인 효성 ENG 소속 노동자 이모(57)씨는 지난 16일 근무 도중 머리와 가슴 통증을 호소해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저녁 숨졌다.
이씨는 선내에 페인트를 스프레이로 분사한 뒤 남아있는 부분을 붓으로 직접 칠하는 '붓도장' 작업을 마친 직후 갑판 상부로 나와 쉬다 변을 당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해당 노동지청인 울산지청에 산업재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일반적인 산업재해는 1개월 이내에 신고하게 되어 있지만,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등 중대재해가 일어날 경우 지체없이 신고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긴 셈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씨의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병사일 뿐,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씨 외에도 13명의 노동자가 함께 작업했지만, 고령인 이씨만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작업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노무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페인트를 칠하던 노동자가 근무 도중 갑자기 숨졌다면 당연히 산업재해를 의심해야 할 것 아니냐"며 "심근경색이 직접적 사인이라면, 지병이 없던 이씨가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킨 원인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불과 하루 뒤인 1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하청업체 안전 전담자 우모(58)씨 역시 어지러움을 호소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원청·하청업체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재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이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을 의뢰하고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지회장은 "노동청은 사고가 일어나 이씨가 병원에 이송되고도 2시간이 지나서야 작업현장을 조사했다"며 "사측이 현장을 환기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조사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가 외부에 알려진 직후인 2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현대중공업 현장을 찾았는데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에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