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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도 못하는 교사들…50대, 다섯 번이나 퇴짜

교육

    명퇴도 못하는 교사들…50대, 다섯 번이나 퇴짜

    30년 넘게 일했지만 예산 부족과 순번에 번번이 밀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반항을 하면서 심지어 욕까지 할 때는 교사로서 자괴감과 모멸감까지 느낍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50대 A여교사.

    A교사는 올해로 30년 넘게 일했지만 아직도 일과 아이들을 사랑한다. 한 과목만 맡아 가르치지만 200명이 넘는 6학년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다.

    다음 학기를 준비할 때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하는 생각에 신이 나서 교육과정을 짜곤 한다.

    하지만 A교사는 이제 학교를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가끔 반항을 하는 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교사를 싫어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때면 그나마 미련이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춘기가 빠르게 찾아오면서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옛날 중학교 2~3학년생들이 하는 행동을 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잘못을 지적하면 반감을 느끼고 박차고 일어난다거나 씩씩거리며 반항한다. 심지어 교사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할 수도 없는 노릇. 교실 밖으로 쫓아내면 학습권 침해가 되고, 교실 뒤로 내보내는 것도 원칙적으로 안 된다.

    일부 학부모들에게는 나이 많은 교사에 대한 이점 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보는 것을 느낀다. 대놓고 교사가 나이 많아서 싫었는데 겪고 보니 좋았다고 말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결국, A교사는 지난 2014년 초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A교사는 아직까지 학교를 떠나지 못했다. 30년 넘게 일했지만 상위직과 장기근속 등의 순에서 번번이 밀려났던 것. 올해 하반기까지 합치면 여섯 번이나 신청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 상반기 916명 가운데 65%인 596명의 교원에 대해서만 명예퇴직을 수용했다. 올해 확보된 교원 명퇴 수당 799억2천만 원 가운데 82% 가량이 집행됐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신청한 217명의 교원 가운데 130명 가량 밖에 명퇴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명퇴수당 지급액이 1인당 평균 1억1천만 원인 점을 감안할 때 남은 예산이 143억 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원 수급문제와 예산문제가 같이 맞물려 있다"며 "중등은 기간제교사가 많지만 초등은 명퇴자들을 대체할 교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에는 교육부에서 신청하는 대로 예산을 주겠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내년에 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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