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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이번에는 재벌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

국회/정당

    정치권, 이번에는 재벌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

    재벌 대기업의 치열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경제 민주화 필요성에 동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기하면서 '재벌 개혁' 이슈가 다시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상당부분을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할애했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던 2013년 전체적인 골격을 완성한 상법 개정안은 ▲ 이사와 감사위원의 분리 선임 ▲ 집중투표제 의무화 ▲ 집행임원 도입 ▲ 다중대표소송제 ▲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같이 재벌 오너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반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과 권한을 대폭 강화한 법안들이다.

    특히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하게 되면 한국의 모든 기업에 기본적으로 같은 규정을 적용할 수 있어, 빠져나갈 수 있는 법적 구멍이 줄어들게 된다.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를 맡은 김 대표는 “20대 국회와 차기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일본이 겪고 있는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거대 대기업 입장에서 긴장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정치권의 재벌 규제, 전방위 로비에 번번히 헛물

    하지만 김 대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 상법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김 대표 자신이 이미 ‘거대 경제세력’과의 맞상대에서 무릎을 꿇은 기억이 선명하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를 앞세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상법 개정을 추진해 지난 2013년 법무부의 입법예고까지 간 경험이 있다.

    하지만 재계가 강렬하게 반발하고, 2013년 8월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입법 예고된 상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쓰라린 경험을 반영하듯 그는 이번 연설에서도 재벌의 조직적인 로비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특히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의회에서도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경제세력의 ‘의회 로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거대 자본의 의회를 향한 전방위 로비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된지 오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국회의원과 보좌진 외에도 대기업의 이른바 ‘대관’이라는 업무를 맡는 직원들이 수시로 출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여당의 중진 의원은 이런 부류의 직원들에 대해 “처음에는 목적을 밝히지 않고 사무실에 찾아와 학연, 지연 등을 거론하면서 관계를 터놓는다. 하지만 (기업 관련) 사안이 생기면 즉각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내가 경제전문가는 아니어서 자주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칠 의원들은 집중 관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회고했다.

    기업들의 전담마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 야당의 중진의원은 “유력 재벌사 직원이 내 사무실을 수시로 방문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많이 알려줬는데 들어보지 못한 정보들이 많았다”며 기업 정보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기업들의 관리대상은 국회의원들에 국한될 뿐만 아니라 법안 등의 검토보고서를 쓰는 전문위원들까지 포함된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대기업들은 재벌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추진되면 영입한 전관들과 법조·학계인사들을 동원해 마련한 반대 논리를 근거로 해당 상임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강한 압력을 넣기도 한다.

    로비는 전방위적이어서 민감한 정도에 따라서는 인맥과 학맥 친·인척까지 동원될 때도 허다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다 보니 이른바 재벌규제 법안들은 대부분 상임위에서 공전하다 폐기되거나 통과가 되더라도 적게는 4~5년 많게는 10년 넘는 시간이 걸리기 일쑤다.

    반쪽짜리 법안으로 변질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SSM 규제 법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 증권대표소송제, 소비자대표소송제, 상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 정치권 20대 국회에서 재벌 목에 방울 걸 수 있을까?

    20대 국회가 재벌 대기업들의 로비를 뚫고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재벌 규제 법안들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긍정적인 쪽도 부정적인 쪽도 과거 국회에 비해 20대 국회의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 도래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여기에 최근 재벌 2~3세들의 극심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통적으로 재벌 대기업에 호의적이었던 새누리당에서도 ‘재벌 개혁’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탈법, 편법적인 부의 세습,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불법적 부의 증식,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골목 상권 침해, 반드시 규제되어야 할 대기업의 비정상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 모두 차기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재벌 개혁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재벌 개혁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재벌 대기업의 로비가 강력하다 하더라도 역시나 재벌 개혁의 핵심은 정치권의 ‘의지’일 수 밖에 없다”며 “20대 국회는 주변 여건만 놓고 보자면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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