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이 28일(현지시간) 폭스바겐 디젤차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배상 합의안을 확정 공개하면, 국내 피해 고객들에게도 미국과 동일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국내 피해자에 대한 아우디폭스바겐측의 현금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국내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한 미국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102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지급하기로 미국 당국과 합의했으며, 28일 구체적인 최종 합의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배상안이 확정되면 차량 소유주들은 1인당 최소 1000달러에서 최대 7000달러까지 평균 5000달러(약 57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되며, 이와 별도로 소유주들은 해당 차량을 폭스바겐 측에 되팔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측은 현재 배출가스와 각종 시험성적서 조작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 보상 방안 등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한국과 유럽은 미국과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동일한 보상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에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임의설정 (배출가스 조작장치 설치)을 금지하는 법규가 이미 1990년대부터 시행됐지만, 국내에서는 금지 법규가 2012년 1월에서야 시행됐고, 문제가 된 디젤차도 대부분 그 이전(2012년 이전)에 판매된 것인 만큼, 금지 법규를 어긴 것이 없으며, 따라서 현금 배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똑같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각국 간에 규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고객들에게만 현금 배상을 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업담당 집행위원인 엘리자베스 비엔코브스카는 최근 인터뷰에서, '법적 시스템'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소비자와 유럽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주기로 한 수준의 보상금을 유럽 소비자에게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우디폭스바겐측이 미국과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유럽에서조차 현금 배상 요구가 나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 폭스바겐 피해 고객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측이 '현금배상 불가'의 근거로 제시하는 임의설정 금지규정이 2012년 이후 시행된 것은 맞지만, 이는 시행규칙에 불과하다"며 "모법인 대기환경보전법 46조 48조에 따라 처벌과 현금 배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우리나라 피해자들이나 미국 피해자들이나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고의적으로 맞추지 않은 불법차량을 구입한 사기 피해자라는 점에서 본질이 같기 때문에 동일한 배상을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미국에서의 최종 합의안 발표 이후 국내 피해고객에게도 동일 수준으로 보상하도록 아우디폭스바겐그룹 측을 상대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폭스바겐 디젤차 소비자에 이어 가솔린차 '7세대 골프 1.4 TSI'의 소유주 26명은 27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독일 폭스바겐그룹,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검찰 수사 결과 7세대 골프 1.4 TSI 차량은 지난 2014년 5월 배출가스 인증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국내 시판이 불허되자,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같은 해 11월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아우디폭스바겐 차주들은 이날 유로6 EA288 엔진 디젤 차량, 포르쉐 카이엔을 포함한 3ℓ 엔진 디젤 및 가솔린 차량 등 아우디폭스바겐 전 차종에 대해 조작 여부를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