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진해운이 생존을 둘러싼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마감 시한인 8월 4일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율협약 이행의 전제조건인 용선료 인하 협상 등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국과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못 박아 놓은 상태다.
채권단 실사 결과 한진해운이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마련해야 할 자금은 1조 원 가량이다.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을 당시 자체적으로 4천억 원을 마련하겠으니 나머지 금액은 채권단이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1천억 원이 넘는 용선료를 연체한데 이어 최근 수십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박스 대여료까지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일단 한진그룹 계열사에 자산을 파는 형식을 통해 자금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4일 (주)한진에 8개 노선의 아시아 항로 영업권을 621억 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도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진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자율협약 마감 시한까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간이 촉박한데다 자산 매각을 통해 1조 원 이라는 유동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한진그룹이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뒤늦게나마 계열사를 통한 지원에 나선 상황이지만 한계가 있다.
특히, 한진해운과 함께 채권단 관리중인 현대상선이 자율협약 이행의 마지막 조건인 해운동맹 가입과 관련해 최대 동맹체인 '2M' 가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진해운은 초조해 질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제3의 해운동맹체인 'THE 얼라이언스' 가입 협조를 조건으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낼 계산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현대상선이 '2M' 가입으로 선회함에 따라 한진해운의 마지막 카드가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현대상선의 자체 생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원양 정기선박을 운항하는 국적선사가 지금처럼 2곳이 꼭 있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어 한진해운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상황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 차원의 '특단의 조치'뿐이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룹차원의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