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에 대한 병원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관행처럼통상 적용해온 2/3 비율로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양악수술 후 호흡장애로 전신마비 상태에 빠진 이모(30)씨와 이씨 가족이 D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의 어떤 과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막연히 의료행위의 특성상 수반되는 위험 등을 근거로 병원의 책임을 2/3로 제한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의사나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지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의료행위의 특성상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 등을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려면 그러한 사정의 존재에 관해 더욱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병원이 원고에 대한 수술 후 경과 관찰 및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것일 뿐 원고의 과실 등 (피해에) 어떠한 기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술 후 예상되는 후유증과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위험을 회피할 대처방법은 무엇인지, 병원이 그러한 방법을 취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도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원심이 병원의 책임 비율을 정함에 있어 고려했다는 '통상 의료과오 사건에서 인정되는 책임제한 비율'이라는 것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2010년 치료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 갑작스런 호흡장애 후유증으로 전신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씨와 가족은 병원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1심은 병원의 책임을 80%로 제한해 11억9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이 인정한 비율이 과하다며 병원의 책임비율을 2/3로 더욱 낮춰 10억5천여만원 배상을 선고했다.